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낙태죄 헌법불합치에도 '미프진' 도입 지지부진.. 위협받는 여성 건강

기사입력 : 2019년08월02일 06:25

최종수정 : 2019년08월02일 06:25

여성계, 도입 필요성 주장에 의약계 의견 엇갈려
정부-국회도 제도 정비 필요성에 ‘공감’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세 달이 넘었지만 임신중지약물인 '미프진' 도입에 대한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낙태 처벌을 규정한 형법 제 269·270조 등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헌법재판관 4(헌법불합치) 대 3(단순 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선고했다. 이날 헌법재판소 밖에서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사회단체 회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19.04.11 leehs@newspim.com

앞서 헌재는 지난 4월 11일 낙태죄를 규정하는 형법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후속 입법 조치를 해야 한다.

헌재의 결정은 실제 법원의 낙태죄의 유죄 결정 여부에도 영향을 줬다.

광주지방법원은 지난달 의료법위반과 업무상승낙낙태,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1심에서 의료법위반과 업무상승낙낙태, 사기 등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받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업무상승낙낙태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이후 낙태죄에 대한 판결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임신중지약물인 미프진에 대해서는 논의의 진전이 없다.

◆ 여전히 불법인 미프진, 위협받는 여성 건강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미프진은 국내에 정식 허가를 받지 못했다.

형법에서 낙태죄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일 뿐, 미프진 사용을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허가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임신중지약을 구하고자 하는 여성들은 불법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 받은 최근 3년 간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 적발현황에 따르면, 온라인 불법 임신중지약 판매 적발 건수는 지난 2016년 193건에서 2018년 2197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이에 여성계는 입법 조치가 이뤄지기 전이라도 미프진을 정식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영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인공유산유도제는 법 개정 전이라도 시급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법상 허용되는 범위에서도 10주 이내의 초기 임신중지 상황이라면 약물을 통한 임신중지도 안전하게 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프진 등 인공임신중지약물이 국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공유산유도제는 이미 67개국에서 공식 승인돼 사용 중이며, 지난 2005년에도 세계보건기구(WHO)가 미프진의 성분인 미페프리스톤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 공동집행위원장은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인터넷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 약을 구하고 정확한 정보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공식적인 의료체계를 통해 복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先 도입·後 논의’ 의약계·정부·국회 ‘이견’

의약계는 임신중지약의 제도권 내 진입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입장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약계는 미프진 도입 검토 등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해 국회의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며 제약사들도 임신중절에 대한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미페프리스톤 의약품 허가를 위한 검토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약 측은 “여성들은 불분명한 복용 정보와 전문가의 복약지도 없이 미프진을 복용해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는 여성의 안전한 중절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조속한 도입 등을 포함한 현실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미프진 허가보다 제도적·입법적 정비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원장은 “여성계에서는 미프진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비의료인이 사용해 문제가 되는 것보다는 제도적 정비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도 “미프진은 현재 국가의 허가를 받지 못한 약”이라며 “지금 미프진 허가부터 논의하는 것은 국민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미프진이 도입된다고 해도 부작용 검토는 물론 전문가의 진단 하에 사용돼야 한다”며 “국회에서 낙태죄에 대한 입법이 이뤄져야 몇 주까지 임신중절이 가능한지 정해진다. 미프진 도입은 그 뒤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제도 개선의 키를 쥐고 있는 정부와 국회는 논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국회가, 국회는 정부가 제도 개선 논의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정부는 언제까지 불법낙태약 복용으로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방관할 것인가”라며 “임신중지약 미프진 도입 논의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대변인은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여성들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여성들의 생명과 안전에 책임을 다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국회 입법이 필요한 지점이 있는 만큼 정치권도 후속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아직 낙태죄 법 조항이 효력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미프진 도입 논의를 할 수 없다”며 “위법사항이 해소된 뒤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rigin@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민주 '금투세 당론' 지도부 위임 [서울=뉴스핌] 채송무 홍석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과 관련된 입장을 '지도부에 위임'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민주당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금투세와 관련해 치열한 논의를 펼친 끝에 금투세 결론과 시기에 대해 모두 지도부에 위임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뉴스핌 DB] 의견은 유예와 폐지, 시행이 팽팽했다. 다만 지난 금투세 정책토론에서 거의 없었던 폐지 의견도 유예 의견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 다만 이는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표명한 의원 숫자로 투표를 통한 것은 아니다. 보완 후 시행을 주장한 의원들은 2년 전 여야가 합의를 해 국민들께 보고된 사안이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적 의견과 함께 유예나 폐지 입장을 정하면 상법 개정을 추진할 지렛대를 잃는다는 우려를 제기한 의원도 나왔다. 유예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다음 정부에서 결론을 내도록 유예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다만 2년을 유예하면 대선 직전에 해야 하는 문제가 있으며, 3년 유예 시 총선 직전으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는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의원들은 다만 유예하더라도 22대 국회에서 책임지는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예 내지 폐지를 주장한 의원들은 현재 증시가 어려운 시기고 손해를 본 사람이 많아 정무적으로 고민이 필요한 상황으로 합의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폐지 의견을 낸 의원들은 유예 역시 개정안을 내야 하는데 여기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모든 정치적 책임을 민주당이 지게 된다며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폐지하고, 대선 공약 등으로 새 약속을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의총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있었지만, 다수 의원이 지도부 위임에 동의했다.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와 관련해 유예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는 상황이어서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 방향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  dedanhi@newspim.com 2024-10-04 12:53
사진
레바논 긴급 방문한 이란 외무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4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있는 레바논을 예고 없이 방문해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아락치 장관은 이날 오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라피크 하리리 국제공항으로 입국해 나지브 미카티 총리 등 레바논 정부 지도부를 만났다. 지도부와의 회동을 마친 장관은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이 우리에게 어떤 조치나 행동을 취한다면, 우리의 보복은 이전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재보복 움직임에 경고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koinwon@newspim.com 그는 이어 "이란은 공습을 계속할 의도가 없다"면서도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한 일말의 행동에 나선다면 분명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국의 이스라엘 공습에 대해서는 "우리가 공격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란 영토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대사관 등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군사·안보 시설을 합법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을 위한 어떤 움직임도 이란은 지지하지만, 가자지구의 휴전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긴급 방문은 중동 '저항의 축'의 주축인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 약 180발을 쏘며 대규모 공습을 가한 후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설 것이라 천명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란 고위 관리가 레바논을 찾은 것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공습으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한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3일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언하고 레바논 남부 등에 대규모 공습을 진행해 왔다. 이어 27일에는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를 표적 공습, 살해한 데 이어 30일에는 레바논 남부에 병력을 투입하며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전에 돌입했다. 이에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이란 혁명수비대 작전 부사령관 아바스 닐포루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koinwon@newspim.com 2024-10-05 00:09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