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서울=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원진 기자= 월가는 미국과 중국의 최근 고조된 무역 갈등이 '전쟁'이라는 진단을 내리면서 시장은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강달러에 대한 불만을 또 터뜨려 관심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주요국과 공조하지 않는 이상 달러화 평가절하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일년이란 기간 동안 '갈등' '마찰'과 같은 용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전쟁'이란 단어 사용에 조심스러워 했던 시장 전문가들이 최근 상황은 전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무역 전쟁'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9월 1일 추가 대(對)중 관세 예고가 상황이 더 심각하게 했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 서비스의 러셀 프라이스 이코노미스트는 WSJ와 인터뷰에서 "지난달까지 무역 분쟁이라는 표현이 적절했지만 이제 말 그대로 전쟁"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일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관세율을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9월 1일 미국이 추가 관세를 시행하면 전면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극적 반전을 기대하기에는 어렵고 최악의 상황에 더 가까워졌다는 게 이들 전망이다.
이에 월가 투자은행(IB) 업계는 양국 간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미국 경제 성장률을 낮게 전망하고 있다. 월가의 올해 3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8%로 하향조정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가의 IB 업계는 향후 12개월 이내 미국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35%라고 주장했다. 전월의 31%에서 그 위험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모건스탠리 역시 미국이 9개월 이내 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헤지펀드 업계의 증시 비관론도 3년래 최고치로 우뚝 상승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주가 강세 포지션을 축소한 한편 하락 베팅을 대폭 확대했다.
8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의 집계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매도 대비 매수 포지션 비율을 뜻하는 순 레버리지는 2016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주식시장 향방에 대한 업계의 비관론이 3년래 가장 높아졌다는 의미다. 헤지펀드 매수 종목은 소수의 대장주에 집중된 한편 숏포지션이 크게 증가했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설명이다.
미국 10년물 과 3개월물 국채 간 수익률 격차 [출처=블룸버그/파이낸셜타임스] |
한편, 미국의 장단기 국채 수익률 격차를 나타내는 수익률 커브는 2007년 이후 가장 강력한 경기침체 경고를 보내고 있다. 미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7일 미 3개월물 국채 수익률은 10년물 수익률을 41.23bp(1bp=0.01%포인트) 웃돌아 2007년 3월 가장 큰 폭으로 수익률이 역전됐다. 단기물 수익률이 장기물 수익률을 상회하는 수익률 커브 역전은 지난 반 세기 동안 경기침체의 신호로 여겨졌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강달러에 불만이다. 그는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강세가 캐터필러와 보잉 등 미 제조업계를 압박하고 있고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이토록 달러화 평가절하 의지를 대놓고 드러낸 인물은 드물다고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 평가절화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준과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준을 연일 비난할 게 아니라 공조해야 하고, 또 주요국이 연준보다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 하는 상황은 달러화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조셉 개그넌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미 의회가 재무부의 환시안정기금을 동원할 수 있도록 승인하지 않는 한 미국은 환율전쟁에 이길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평가절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해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한다. 의회가 이를 승인한다고 해도 주요국의 공조 없이는 달러화 절하는 힘들다는 것이다. 월가는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면서 글로벌 공조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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