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국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불안이 커지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페소화 가치가 가파르게 밀리자 정부가 1일(현지시각) 자본 도피를 막기 위해 기업들에 대한 자본 통제 시행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 8월 11일 치러진 대선 예비선거에서 보수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을 제치고 좌파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완승을 거둔 뒤로 페소화 가치는 25% 넘게 하락 중이다.
여기에 지난달 28일 아르헨티나 정부가 1010억달러에 달하는 단기 채권 상환 기한을 일방적으로 연기하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아르헨티나의 외화 및 통화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선택적 디폴트(SD)’로 하향 조정했다.
최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 예비선거에서 중도 좌파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에 크게 뒤진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불안 신호 속에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동안에만 외환보유고가 30억달러 가량 증발하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본 통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수출업체들의 해외 판매 수익을 본국으로 송환토록 할 예정이며, 은행들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은 페소화 매도 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2011년부터 자본 통제가 도입됐지만 지난 2015년 마크리 대통령이 집권 직후 이를 해제했고, 그 덕분에 지난해 아르헨티나는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신흥시장지수에 재편입될 수 있었다.
하지만 좌파 정부 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고, 이번 주 아르헨티나 자산 가격이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정부는 시장 변동성 축소와 실물경제 충격 예방을 위한 법령을 발표했다.
정부는 공식 성명에서 “아르헨티나 경제 발전에 타격을 주는 여러 요인과 금융 시장에 초래되는 불확실성을 감안해 정부는 경제의 정상적 작동을 보장하고 경기 및 고용 활동 수준을 유지하는 한편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일련의 이례적 조치 시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예금자를 보호하고 환율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개인들의 미화 매입 최대 액수가 매월 1만달러로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좌에서 달러를 인출하는 데는 제한이 없으며, 무역 장벽이나 여행 제한도 없다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이러한 자본 통제 도입 가능성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제기되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페소화 위기 중 5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약속받았으며, 오는 9월 말까지 이 중 54억달러가 집행될 예정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