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김포국제공항 및 지방 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가 한여름 가마솥 무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공항 활주로 노동자에게 고작 수박 한통을 지원하는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항 고용자가 아닌 항공사 고용자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정책이 본격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공항공사가 이에 반하는 시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의원(대안신당, 해남·완도·진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공항공사의 '여름철 폭염대비 지상조업 근로자 지원 계획 제출' 자료에 따르면 여수공항과 포항공항은 폭염에 대비해 노동자들에게 지원한 사실 자체가 없었고 무안공항·사천공항은 수박 한통(2만원)을 지원했다고 조사됐다.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비행기가 착륙하면 주기장으로 유도하고 승객의 수하물과 화물을 관리하며 활주로로 견인하는 일 등을 수행한다. 지열과 비행기 엔진 열기로 여름 활주로 위의 체감 온도는 50도 이상에 이른다.
이러한 이유로 언론 등에서는 지난해 폭염 등에 의한 직간접적 영향으로 9명이 쓰러지거나 한명이 숨졌고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퇴사가 속출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지상조업 노동자에 대한 정부와 공항공사의 관심과 대책은 쉽게 찾기 어렵다.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공항공사가 아닌 항공사와 계약관계를 맺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책임은 공항공사가 아닌 항공사에 있다는 이유다.
실제 국토부는 하계 성수기(하계 휴가철 특별교통대책기간 7.25~8.11)가 지나고, 더위가 이미 한풀 꺾인 8월 21일에서야 양대 공항공사 및 지방항공청 등에 ‘폭염 속 공항 야외작업 근로환경 개선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뒷북행정이다.
하지만 국토부의 협조 요청 역시 자발적이라기보다 공항 활주로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한 언론 보도 이후 조치된 것이란 게 윤영일 의원의 지적이다. 국토부는 언론 보도를 의식해 관련 기사의 제목과 매체명, 보도 일시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윤영일 의원은 "노동 존중 사회를 외치는 문재인 정부의 국토교통부와 공항공사가 항공사와 계약 관계 운운하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관심 갖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정부가 직접 나서서 폭염과 낙뢰 등에 무방비 노출된 공항 활주로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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