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인도 그림자 금융 위기를 둘러싼 금융권의 불안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인도 최대 인프라 투자 회사 IL&FS의 갑작스러운 디폴트에서 촉발된 비은행금융회사(NBFC)의 위기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된 가운데 은행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펀드부터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까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 루피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동성 마비와 해당 금융권의 회사채 프리미엄 상승 등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들어 인도 기업의 회사채 디폴트가 12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부동산 건설 시장도 벼랑 끝 위기다. 현지 부동산 컨설팅 업체 아나록 프로퍼티 컨설턴트에 따르면 아파트부터 상업용 빌딩까지 건설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좀비 건물'로 전락한 프로젝트가 63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은행 금융권을 의미하는 이른바 그림자 금융의 위기 상황과 깊이 맞물린 결과다. 지난해 IL&FS의 디폴트 이후 해당 금융권의 유동성 흐름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돈줄을 상실한 기업들이 회사채 원리금 상환과 차환 발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5년 간 그림자 금융에 의존해 활황을 연출했던 건설 시장에서는 프로젝트 중단 사태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이 이제 시작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보고서를 내고 NBFC의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금융권이 500억달러 규모의 자본 부족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은행권 무수익 여신 비율이 올해 말 9.3%로 상승한 뒤 2021년 11.6%까지 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말 부실 여신이 8.2%로 떨어질 것이라는 금융권의 전망과 크게 엇갈리는 얘기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역시 그림자 금융과 주택 금융 부문에서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화 당국도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인도 중앙은행은 50개 NBFC의 재무건전성을 엄격하게 감독하는 한편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문제는 그림자 금융 위기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이미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NBFC의 채권을 대량 사들인 뮤추얼 펀드 업계에서는 거래 마비가 이어지면서 보유 물량을 매도하지 못해 손실이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인도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외 펀드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S&P BSE 센섹스 지수에서 금융 섹터의 비중이 50%에 이르는 상황.
예스 뱅크가 올들어 70% 주가 폭락을 연출하는 등 금융주가 기록적인 동반 하락을 보이고 있어 인도 펀드의 후폭풍이 작지 않다.
특히 벤치마크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금융 섹터에 집중하는 상품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JM 파이낸셜 프로덕트의 아제이 망글루니아 채권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그림자 금융의 위기가 도미노 충격을 일으키고 있다"며 "인도 정부와 감독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이뤄지지 않으면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