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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지위 포기] WTO 개도국 특혜 '아듀'…韓농업 '쓰리트랙' 전략 추진

기사입력 : 2019년10월25일 10:11

최종수정 : 2019년10월25일 11:57

정부, 고심 끝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
공익형 직불제 도입 등 보전대책 추진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에 대한 포기를 결정하면서 농민단체와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농심(農心)을 의식한 정부로서도 '공익형 직불제' 등 농업분야의 보전대책에 집중키로 했다.

정부는 2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개도국 특혜 포기를 결정했다. 'WTO 개도국 지위'는 회원국이 스스로의 판단해 선언하는 '자기결정 방식'으로 다른 회원국이 문제 삼지 않을 경우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WTO 개도국 논의 대응방향 발표 브리핑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19.10.25 leehs@newspim.com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수출 6위, 국민소득 3만 달러 등 비약적인 발전에 따른 개도국 특혜 포기를 고려요인으로 들었지만 모양새는 좋지 않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따라 'WTO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를 포기한 정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도국 역사는 지난 1995년 WTO 출범 당시 회원국의 선언만으로 개도국 지위를 선택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출범 때 개도국 특혜를 인정받은 이후 1996년 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만 개도국 특혜를 받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가 됐다.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지하기엔 실익이 적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경제규모가 비슷한 대만, 싱가포르, 브라질 등도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상황에서 향후 WTO 협상에서의 개도국 유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정부의 셈법이다.

문제는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다. 홍남기 부총리는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flexibility)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는 전제하에 미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개도국 지위 포기(forego)가 아닌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농업의 방어를 위해 '쓰리트랙 전략'을 펼친다.

우선 미래의 WTO 농업협상에서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분야를 보호할 장치 마련에 나선다. 공익형 직불제가 대표적이다. 공익형 직불제는 WTO에서 규제하는 보조금에 해당되지 않는다. 때문에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공익형 직불제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서는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공익형 직불제로의 전환을 전제로 직불금 예산안을 대폭 증액(올해 1조4000억원에서 2020년 2조2000억원)한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농민단체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촉구 규탄 행동을 하고 있다. 2019.10.25 leehs@newspim.com

아울러 재해를 입은 농업인의 경영안정을 위해 농업재해보험의 품목을 확대하는 등 재해보험 제도도 개선한다.

국내 농산물의 수요기반을 넓히고 수급조절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는 지역단위 로컬푸드 소비기반 마련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주요 채소류에 대한 가격안정제를 지속 확대하는 안이다.

품목별 의무자조금을 활용한 자율적 수급조절 촉진 등 농산물 가격안정기능에도 주력한다. 특히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에 필수인 청년·후계농 육성이 추진된다. 청년영농정착지원금 제도(최대 3년간 월 80~100만원), 농지은행 등 청년농에 대한 농지·자금지원을 내실있게 추진하되, 향후 사업성과를 통한 확대 방안이 검토된다.

정부는 이미 내년 농업예산을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증가율 수준(+4.4%)으로 확대한 15조3000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협정팀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WTO 개도국지위에 관한 논의 동향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실제 농업 및 수산보조금을 제외하면 WTO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은 사실상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며 "이에 따라 선진국에 준하는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선언하는 데 큰 부담은 없다"고 조언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쌀 등 소수 핵심품목 보호를 위해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개도국 우대를 추구하는 것도 바람직한 협상 전략이 될 수 없다"며 "따라서 원칙적으로 선진국 의무를 준수하되 쌀 등 소수 핵심 품목의 보호를 위해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그것도 매우 제한적으로 개도국우대를 이용하겠다는 제안과 같은 선진국 설득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그간 주요국과의 FTA 체결 과정에서 정부는 '농업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주로 정책을 시행해왔지만, 이번에는 향후 예상되는 피해에 초점을 맞추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가 매우 중요하다. 농업계·정부·전문가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 농업분야의 미래 도전에 빈틈없이 대비해 나갈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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