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난해 9월 가장 먼저 '개도국 지위' 포기
[세종=뉴스핌] 임은석 기자 = 미국이 강한 요구에 다수의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이 '개도국 지위'를 속속 포기하고 있다. 지난해 대만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고, 이어 브라질과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도 포기를 선언했다.
정부는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고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심의·결정했다. 미국이 중국과 인도를 겨냥해 다수의 WTO 회원국들에게 '개도국 지위 포기'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익이 없는 개도국 지위유지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WTO 개도국 논의 대응방향을 발표 하고 있다. 왼쪽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2019.10.25 leehs@newspim.com |
'WTO 개도국 지위'는 회원국이 스스로의 판단해 선언하는 '자기결정 방식'으로 부여된다. 특정국가의 개도국 선언에 대해 다른 회원국이 문제삼지 않을 경우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개도국으로 인정되면 WTO 협정이나 주요결정 시 관세 및 보조금 등 155개의 개도국 우대조항이 적용된다.
미국은 지난 2월 이후 세 차례의 WTO 일반이사회에서 경제적 위상이나 발전수준이 높은 국가들도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다면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미무역대표부(USTR)에 대책을 강구할 것을 지시하며 해당국가들이 90일 이내에 포기할 것을 촉구한 바있다.
구체적인 요건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세계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무역에서의 비중이 0.5% 이상 국가 등 4가지를 제시했다. 한국은 4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개도국 중 유일한 나라다.
미국이 강하게 압박하고 나서자 지난해 9월 대만이 가장 먼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고, 지난 3월에는 브라질이 포기를 선언했다. 이어 UAE는 7월, 싱가포르는 8월에 각각 포기를 선언했다.
지난 7월 UAE 정부는 "WTO 회원국들이 UAE의 개도국 혜택 철회를 승인한다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살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했다. 싱가포르 정부도 지난 8월 "싱가포르는 미국의 견해를 이해하며 이미 WTO 개도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는 25일 정부합동브리핑에서 "브라질과 싱가포르가 향후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대만과 UAE도 'WTO에서 자국의 특혜 철회 승인시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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