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드디어 한국에 왔습니다. 개봉일이 연기되면서 한국에 못가게 되는 게 아닌가 불안했는데 이렇게 올 수 있어 마음이 놓입니다."
'너의 이름은.'(2016)으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번에는 신작 '날씨의 아이'를 들고 왔다. 30일 개봉한 이 영화는 도시에 온 가출 소년 호다카가 하늘을 맑게 하는 소녀 히나를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날씨의 아이'를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뉴스핌DB]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실제 기후 변화를 느끼면서 날씨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기후 변화를 실감할 일이 많았다. 세상이 미쳐간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살아야만 하는 소년, 소녀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너의 이름은.'과 달리 이번 주인공들은 빈곤하다. 인터넷 카페에서 자고 정크 푸드로 요기한다. 3년 사이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동경의 대상을 봐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이내 포기한다. 대신 그 속의 즐거움을 찾아간다. 그걸 그리고 싶었다"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결말을 놓고는 "반발을 각오했다"고 털어놨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호다카는 사회가 아닌 히나를 택했다. 하지만 도쿄가 잠긴 게 호다카 한 명의 책임일까 싶다. 도쿄의 많은 사람이 맑은 날씨를 원했고 히나는 그 희생자다. 그래서 호다카의 선택이 이기적이라 단정 짓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실제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일본을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유명인, 정치인, 일반인이 SNS에서 많은 사람에게 공격받고 인생이 산산조각 나는 걸 목격했다. 그 사회에서 살기 힘들고 숨 막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호다카가 한 사람을 위해 전력을 다해 뛰어가는 걸 그렸다. 이 사회에서 느끼는 숨 막힘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었다"고 짚었다.
장면 구현에는 최첨단 기술과 아날로그 방법을 함께 썼다고 했다. 그는 "많은 스태프가 도쿄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10만장 이상의 사진을 찍었다. 입체적으로 그리려고 공중 촬영도 했다. 그걸 3D로 스캔해서 만들었다. 물론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해서 색을 입히는 전통 방식도 쓰였다. 그런 다양한 방법을 혼합해서 미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화 '날씨의 아이' 스틸 [사진=미디어캐슬] |
'너의 이름은.' 흥행 이후 부담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부담은 없다"며 "제 일은 영화를 흥행시키는 게 아니라 관객이 재밌어하는 작품을 만드는 거다. 흥행은 프로듀서와 배급사 일이라 실패하면 그들 탓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만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작금의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은 사전에 차단됐다. 배급사 미디어캐슬 측은 기자회견 직전 "한국과 일본 관계로 심려의 시선도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한 마디가 조심스러울 걸 알아줄 거라 생각한다"면서 "정치적인 질문은 받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제 첫 영화를 처음 인정해준 게 한국이다. 그때 이후 영화를 만들 때마다 한국을 찾았고 수많은 추억이 쌓였다. 늘 영화를 만들 때 제 곁에 한국 관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엔 한일 관계가 좋아져서 관객과 또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할 듯하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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