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15개월 상품 팔아 만기 분산
퇴직연금 시장 활황…충분한 수신액 확보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예금 만기가 몰려 있는 연말 진행해왔던 저축은행 특판 관행이 올해는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들이 최근 만기 분산을 위해 18개월짜리 예금 상품을 많이 팔아온 데다 퇴직연금 취급액도 가파르게 늘면서 특판을 통해 수신 필요성이 낮아진 영향이다.
6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SBI·웰컴·페퍼·유진·한국투자저축은행 등 주요 저축은행들은 올해 특판 출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SBI저축은행가 예금 금리를 0.1~0.2%포인트 수준 인상하는 안을 검토하는 정도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2019-2020 V리그'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정기예금 상품에 최대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추가 특판 진행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저축은행들이 예금 만기가 몰려 있는 연말마다 진행하는 특별판매(특판) 행진이 올해에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2019.11.06 clean@newspim.com |
저축은행은 내년부터 예대율(예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을 110%로 맞춰야 한다. 수익이 나는 대출액을 늘리려면 그만큼 예금액도 늘어야 한다. 그럼에도 올해 유난히 주요 저축은행들이 대부분 특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저축은행들은 매년 10~12월 일반 예금 상품과 비교해 금리가 최대 1~3%포인트까지 높은 특판 상품을 내놨었다. 예금상품의 만기가 연말에 집중돼 만기가 끝난 고객들을 잡으려는 이유가 컸다.
대부분 예금 상품은 1년 만기다. 지난해 고금리로 나간 수신고객에게 높은 이자와 함께 원금을 돌려주려면 새로운 고객의 유입이 필요하다. 저축은행 복수의 관계자는 "0.1%포인트만 차이 나도 거래 저축은행을 바꿀 만큼 전 금융사 고객 가운데 저축은행 고객들의 금리 민감도는 높은 편"이라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저축은행에서 특판을 진행하게 되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줄줄이 특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올해 사정은 좀 다르다. 최근 몇 년 새 저축은행들이 12개월 만기 상품 대신 15개월, 18개월 만기 상품을 적극 판매하며 만기 분산 전략을 구사했다. 기본 1년에 3개월, 6개월을 더하고 0.1~0.2%포인트를 더 주는 식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은 12개월, 24개월 외에도 18개월에도 새로운 금리 구간을 적용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만기 도래 이후 예금을 바로 찾아가지 않는 고객이 꽤 많다"며 "이런 고객들은 3개월, 6개월 정도 더 돈을 맡기고 0.1%포인트라도 더 높은 금리를 원하기 때문에 15개월, 18개월짜리 상품도 판매가 잘 되고 있다"고 했다.
OK저축은행은 수년 전부터 회전식 정기예금 상품을 적극 팔고 있다. 약정된 금리를 만기 때 적용받는 일반 예금상품과는 달리 회전식 정기예금은 변동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저축은행 입장에선 금리가 떨어지더라도 부담이 적다.
저축은행 퇴직연금 시장이 활황인 것도 한 요인이다. 규모만 봐도 페퍼저축은행 9000억원, SBI저축은행 7000억원, OK저축은행 7000억원, 유진저축은행 3000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2400억원 수준이다. 퇴직연금을 통해 충분한 수신액이 확보되면서, 저축은행들은 별도 고금리 특판 진행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도 고금리 특판이 사라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금리가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이자를 돌려줘야 하는 고금리 특판 상품을 굳이 진행하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의 연말 고금리 특판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 때부터 이어져 온 좋지 못한 관행"이라며 "다양한 방식으로 만기를 분산하고 수신액을 확보하면서 저축은행 연말 특판은 '옛일'이 될 것 같다"고 했다.
cle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