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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민지현 특파원 = 지난달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강세가 주춤해졌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9월 말 99.38에서 10월 말 97.35로 한 달간 2% 하락했다.
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를 인하하고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1단계 부분 합의가 도출되는 등 협상에 진전이 보이면서 달러화 약세가 전개됐다.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최근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점도 달러 약세 재료로 작용했다.
연준은 올해 세 번째 금리를 인하했으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기 조정 종료를 시사하며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의문을 남겼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매우 의미있는 인플레이션 상승이 확인돼야 한다고 언급,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시장 기대를 형성했다.
지난 1일 데일리 FX에 따르면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올해 네 번째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15.9%로 연준의 10월 FOMC 결과 발표 전 수치인 32.8%에서 크게 낮아졌다. 한편 금리동결 전망은 63.0%에서 84.1%로 강해졌다.
미·중 무역전쟁 긴장감이 완화되면서 안전자산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다. 굵직한 사안들은 미해결의 상태로 남아있지만, 양국은 경제에 미치는 더 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분 합의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
연준의 대차대조표 확대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정책보다 최근 크게 확대되고 있는 자산 매입이 달러화 강세 주춤 또는 약세 전환을 이끌 재료라고 분석했다. 연준의 스탠스는 매파적이지만 행동 면에서는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편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피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도 유럽 경제를 짓누르고 있던 불확실성의 많은 부분을 완화, 위험 선호 심리가 회복됐다.
연준을 필두로 한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최소한 긴축은 아닌 통화 완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이달 초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서는 IMF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덜었다.
◆달러 향방, 연준 금리보다 자산매입 효과에 주목해야
지난달 블룸버그 달러 스팟 인덱스(Bloomberg Dollar Spot Index)는 1.94% 하락했다.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하락 폭이 컸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서 외환 전략가들이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 전망치를 올리지 않고 하향 조정까지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외환 전문가들은 올해 말 달러 인덱스 전망치를 97.7로 제시, 지난달 전망했던 98.45보다 낮춰 잡았으며 내년 1분기에는 96.20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은 연준이 자산매입을 늘려 대차대조표 확대하고 있어 달러 인덱스가 8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의 무함마드 아팝하이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 전략 그룹 책임자는 "달러 인덱스가 80 상단까지 떨어지고 85 수준에서 저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외환시장 기술 애널리스트 대릴 구피는 달러 인덱스의 역사적 지지선이 85라고 말한 바 있다.
연준은 시장 유동성 공급을 위해 채권과 미 재무 증권 매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채 가격이 상승하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하락하고 있다. 달러는 대게 국채 수익률이 떨어질 때 동반 약세를 보인다.
아팝하이는 "연준이 금리 인하 사이클 중단을 시사한 것보다 대차대조표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달러 약세를 전망했다.
이어 그는 "달러 인덱스가 85까지 하락할 경우 유로화는 달러에 유로당 1.21달러로 강해질 것"이라며 "이는 이머징마켓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연준이 중간 사이클 조정을 종료할 것을 시사했으나 미국 경제 성장 둔화로 연준이 또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팀 포스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성명서에 추가된 짧은 문구는 연준이 여러 옵션에 문을 열어 두고 지표 의존적인 모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러나 상황을 볼 때 그들(연준)이 생각하는 것보다 선택지가 적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 골드만삭스, 스웨덴 크로나 매수 권고…지정학 리스크 완화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잠정적인 안정화를 이루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됐다고 평가하면서 다소 공격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최근 몇 주간 노딜 브렉시트와 미국의 관세 인상 등 주요 위험 요소가 경감됨에 따라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크 팬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와 관련해 유입되는 정보가 크지 않은 가운데 시기적절한 지표는 잠정적인 안정화를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준이 지난달 올해 세 번째 기준금리 인하로 중기 조정을 마무리하고 유럽 경제 성장률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미 달러화 약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팬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 성장이 회복되고 무역전쟁의 전개 방향이 더 명확해지는 등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주요 10개국(G10) 통화 중 가장 경제가 개방적인 스웨덴 크로나 매수를 권고했다. 글로벌 경제 심리가 개선되면서 크로나화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면서다. 골드만은 유로/크로나 환율이 7월 저점인 10.50까지 되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고용시장 악화와 대내외 경기 둔화 압력 등 혼재된 지표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금리 영역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는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팬들 이코노미스트는 또한 크로나화가 국내 상황 보다 유럽 전반의 경제 여건과 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