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집권한지 거의 14년 만에 불명예 사퇴하게 됐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 이후 부정 선거 의혹으로 불거진 시위가 20여일간 지속되고 주요 도시 경찰도 시위에 동참한데 이어 군수장도 그의 사임을 압박한데 따른 결과다.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사임 의사를 발표했다. 그는 "나는 사퇴한다. 의회에 사임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바로 가르시아 리베라 부통령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볼리비아에서는 대선 결과에 대한 의혹 제기로 촉발된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대선 1차 투표 결과 모랄레스 대통령은 47.08%의 득표율로 결선 없이 4연임에 성공했다고 정부는 발표했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일었다.
이유는 선거관리당국의 돌연 개표 결과 공개 중단이다. 영국 더 가디언에 따르면 투표 당일 중간개표에서 모랄레스 대통령과 야권 후보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과 득표 격차는 크지 않았다.
결선 투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거관리당국은 개표 결과 공개를 중단했고 24시간 후에 결과를 내놓았는데 격차가 10%포인트(p) 이상 벌어진 것이다.
볼리비아에서는 후보간 득표 격차가 10%p이상이면 결선 투표를 진행하지 않고 대통령 지명을 확정짓는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최장 기록 임기에도 불만을 토로하는 여론도 한몫했다. 2006년 1월 볼리비아 사상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 취임한 모랄레스는 지난 2014년 10월 대선에서도 승리해 3연임을 했다. 볼리비아 헌법은 대통령의 두번 연임만 허용하지만 헌법 재판소가 두번 연임 제한 규정을 폐기하면서 3연임이 가능해졌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2016년에 실시된 헌법 개정 국민투표 부결 결과에 반하는 결과였다. 친정부 성향의 헌재가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실상 무제한 연임을 허용함에 따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자리잡았다는 분석이다.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열렸다. 2019.11.06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같이 선거 부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행정수도 라파스 등 여러 도시에서 열렸다.
주요 도시 경찰도 시위 동참을 선언한데 이어 10일 미주기구(OAS)는 대선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군부도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윌리엄스 칼리만 볼리비아 국군 사령관은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 발표 전 성명을 내고 "우리는 국가 대통령이 평화를 되찾고 안정을 유지하는 등 볼리비아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 권한을 포기하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군부의 사퇴 요구가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같은날 모랄레스 대통령은 선거관리당국의 개편을 약속하며 재선거 의사를 밝혔다.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그는 4연임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군부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 명분을 잃은 모랄레스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대통령과 부통령의 사임으로 당분간 상원 의장이 국가수장 역할을 대행한다.
검찰은 선거관리당국과 관련 기관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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