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뉴욕과 런던, 밴쿠버 등 지구촌 주요 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풀썩 주저 앉았다.
전세계 부호들 사이에 이들 도시의 고가 주택 매입 열기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정치적 혼란에 세금 인상 리스크, 기후변화에 따른 천재지변까지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자산가들에게 안전한 투자처였던 시장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맨해튼의 노른자위 부동산 시장 [사진=블룸버그] |
15일(현지시각) 영국의 부동산 조사 업체 나이트 프랑크에 따르면 45개 글로벌 도시의 고가 부동산 가격이 3분기 연율 기준 1.1%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2009년 말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개별 도시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같은 기간 뉴욕의 고가 주택시장이 4.4% 급락했고, 런던과 밴쿠버 역시 각각 3.9%와 10% 하락했다.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리스크와 G2(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기에 반정부 과격 시위가 부동산 시장의 투자 매력을 깎아 내렸다는 분석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천재재변도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대형 산불로 홍역을 치르는 미국 캘리포니아가 대표적인 사례. 로스앤젤레스(LA)의 주택 가격이 0.2% 오르며 간신히 하락을 모면했고, 샌프란시스코는 제자리 걸음을 나타냈다.
고액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금 인상 움직임도 세계적인 도시의 부동산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도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 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차단하는 걸림돌이다.
크리스티 국제 부동산의 댄 콘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과거 자산가들에게 안전자산으로 통했던 주요 도시의 저택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이 투자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다"며 "가치 있는 자산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뉴욕 소재 원 앤드 온리 홀딩스의 에드워드 머멜스타인 파트너는 "투자자들이 일제히 발을 빼는 움직임"이라며 "시장의 기류가 급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망도 흐리다. 투자는 썰물을 이루는 반면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이뤘을 때 착공한 프로젝트에서 공급 물량이 쏟아지고 있어 가격 하락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밀러 사무엘의 조나단 밀러 대표는 "고가 주택 시장이 전례 없는 공급 과잉을 보이고 있다"며 "불확실성 역시 투자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거론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UBS는 경제 펀더멘털이 악화된 데 반해 집값이 지나치게 상승한 데 따라 투자자들의 '입질'이 줄어들고 있다며 시장 피로감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편 3분기 모스크바의 집값이 11% 급등해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커다란 상승을 나타냈고, 홍콩의 과격 시위로 홍역을 치르는 사이 타이베이가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