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이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최종 타결 시한을 내달 15일로 못박은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합의가 불발되면 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하면서다.
다음달 15일 1560억달러 규모 중국 물품에 대한 미국의 15% 관세 부과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 때까지 중국이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으면 계획대로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 "내가 좋아하는 합의해야...못하면 관세 인상"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참석, "중국은 내가 좋아하는 합의를 해야할 것"이라면서 "중국과 합의하지 못하면 나는 그저 관세를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이라고 언급했지만 기존에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중국 수입품이 남아있는 만큼 해당 물량에 우선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연간 수입액을 기준으로 미국은 각각 2500억달러와 1120억달러 중국산 물품에 25%, 15%의 관세를 부과 중이다. 현재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나머지 규모는 1560억달러다. 다만 이미 해당 물량에 대한 관세율과 부과 시점은 각각 15%와 12월 15일로 정해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 최종 타결 시한을 내달 15일로 정했다는 설명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날 게리 콘 전 백악과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경제매체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5일까지 중국과 무역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관세 부과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세부 협상, 트럼프 관세철폐 합의 부인에 '교착'
앞서 미중은 지난달 10~11일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큰 틀에서 1단계 합의를 봤지만 정상간 서명을 위한 세부 협상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당초 양측은 중국이 연 400억~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고, 미국은 지난달 15일 예정됐던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물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25→30%)을 보류하는 선에서 합의를 했다.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왼쪽부터),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이후 중국은 미국이 기존에 부과했던 모든 관세와 부과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500억달러 물량에 부과한 25% 관세뿐 아니라 지난 9월 1일 1120억달러 어치 수입품에 매긴 15%의 관세와 오는 12월 15일 관세 부과 계획 역시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미국은 지난 9월 시행분과 12월 계획분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는 수준에서 합의안을 마무리하려 했다. 이후 중국 상무부가 미중이 단계적 상호 관세 철회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면서 매듭이 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이런 기대를 뒤엎고 "나는 아무것도 합의하지 않았다"며 관세 철회 합의를 전면 부인하자 양측의 협상은 교착 국면에 빠졌다.
◆ "中, 서둘러 서명할 필요없다...시간끌어 확전만 막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철회 합의를 부인하자 중국 내부에서는 타결 가능성을 둘러싸고 비관론이 번지고 있다. 중국은 정치적 입지가 불안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이용해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CNBC가 인용한 중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야당의 탄핵 조사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재선 가도에 이상기류가 돌고있는 만큼 관세 철폐 합의가 거부된 상황에서 서둘러 합의문에 서명할 필요가 없다는 게 중국의 입장으로 전해졌다. 대화의 판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끌어 무역전쟁의 확전을 막고, 국내 경기에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이 비관적으로 돌아선 것은 관세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이 당초 합의한 농산물 수입 규모 연 400~500억달러를 합의문에 명시하자고 고집하자 내부적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미국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길 원치 않는 데다 미국과 무역전쟁이 악화할 경우에 대비해 확정된 의무를 지고 싶지 않아서다.
◆ '성탄절 이전 서명' 낙관론도..."트럼프, 재계 압박받아"
일각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1단계 무역합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내년 대선 판도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인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양보에 나설 것이라는 해석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PIMCO)의 존 스터드진스키 부회장은 양측이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1단계 무역합의문에 서명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19일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열린 이스트 테크 웨스트 콘퍼런스에서 "양국 모두 12월 초까지는 합의를 이루고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서명할 의지가 강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1단계 합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는 중국과의 광범위한 관계와 무역 대화가 어떤 형태든 안정을 찾기를 원하는 수많은 미국 최고경영자(CEO)들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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