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수수료 체계 개편, 0.01~0.13%p 인하
경쟁사와 적립금 격차 벌어져…금융권 경쟁 강화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우리은행이 은행권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 들어 수수료 적용 구간을 손보고 일부 공익법인에 감면을 실시했던 것에서 이번엔 전체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했다. 은행권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연말 퇴직연금 영업 시즌을 앞두고 있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사진=우리은행> |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8일부터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B)형, 개인형퇴직연금(IPR) 등 퇴직연금 운용 수수료를 적립금에 따라 0.01%~0.13%p 인하했다. 이에 따라 DB형과 DC형 수수료율은 각각 평균 0.23%, 0.27%로 떨어졌다. 업계 평균인 0.26%, 0.28%보다 낮은 수준이다.
퇴직연금 수수료를 손본 것은 올 들어 세 번째다. 지난 2월에는 수수료 적용 구간을 세분화하고 일부 구간의 수수료율을 내렸다. 지난 10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어린이집, 사회복지법인 등 일부 공익법인에 적용되는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춘 것에 이어 이번에는 전체 수수료율을 인하했다.
우리은행 퇴직연금부 관계자는 "부분 감면에서 나아가 이번에는 모든 고객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수수료 체계의 기본 구조를 바꿨다"며 "은행권에서 수수료 인하에 나서면서 우리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이 수수료를 낮춘 것은 경쟁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인하에 나섰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저마다 수익률 높이기와 수수료 낮추기에 돌입했다. 다만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은행의 특성과 저금리 기조를 감안하면 한계가 있는 수익률보다 수수료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이 지난 7월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한 후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이 뒤따랐다. 수수료율을 내리고 누적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움직임에 나섰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수익률에 대한 불만이 높지만 퇴직연금은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우선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낮춘 상황"이라고 전했다.
퇴직연금 사업자별 점유율 [그래프=금감원] |
특히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점유율 감안하면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점유율은 신한은행(10.0%), KB국민은행(9.0%), IBK기업은행(7.3%)에 이어 KEB하나은행(6.6%)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다 올해부터는 타 은행이 격차를 벌리면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적립금 차이가 지난해 말 3000억원에서 올 3분기 1조원 규모로 커졌다.
연말이 되면서 퇴직연금 본 게임을 앞둔 시점이라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은행 연금사업부 관계자는 "4분기부터 뺏고 뺏기는 경쟁이 시작되고 12월부터는 본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기업들 입장에선 미리 퇴직연금을 넣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연간 퇴직 적립금의 70~80%는 연말에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