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가 내년 3월까지 글로벌 증시가 하락한다는 전망에 10억달러(약 1조1780억원) 이상을 베팅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릿지워터는 수개월에 걸쳐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등 월가 대형 은행들을 통해 미국 S&P500 지수 및 유로스톡스50 지수 등 10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주가지수들의 풋옵션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이는 증시 하락 베팅으로는 전 세계에서 최대 규모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브릿지워터가 왜 이러한 투자 결정을 내렸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몇몇 고객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대규모 익스포저에 대한 단순한 헤징 전략일 수 있다고 전했다.
브릿지워터의 이같은 대대적인 움직임에 트레이더들이 동요하며 일부 풋옵션 계약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최근 S&P500에 대한 풋옵션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트레이드얼러트에 따르면, 지난 9월 S&P500 풋옵션 계약 건수가 4년여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고, 3월 만기 풋옵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뉴욕증시 등에서 주가지수들이 신고점을 연이어 기록함에 따라 곧 조정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에 증시 하락 베팅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민주당 경선에 이어 대선에서까지 승리하면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이미 헬스케어 관련주들의 하락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
가장 급진적 민주당 후보로 알려진 워런 의원은 중산층 세금을 한 푼도 올리지 않고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이라는 정부 운영 전 국민 의료보험을 구축한다는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브릿지워터는 성명에서 거래 관련 언급은 하지 않고 다만 "우리는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헤징이나 베팅을 하려는 의도로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포지션은 자주 바뀌므로 한 번의 포지션 변경에 대해 지나친 해석은 금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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