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개그맨으로서 대중에 의무를 다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같이 가치 있는 일을 해나가고 싶어요."
1981년생 개그맨 허경환과 박영진, 김원효, 박성광, 김지호가 '마흔파이브'를 결성해 가수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남자들이 센티멘털해진다는 나이 마흔에 모여 가슴 속에 품고 산 버킷리스트 '밴드'를 완성하기 위해 하나로 뭉쳤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마흔파이브 김지호, 박성광, 김원효, 허경환, 박영진(왼쪽부터) [사진=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2019.11.26 alice09@newspim.com |
"원래 '마흔 파이브'라는 음악 코너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음악을 잘 모르니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진정성을 담아 크게 발전시키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걸 마흔 살이 다가올 때 하고 싶었어요. 멤버들을 찾는데 저희 KBS 공채 22기 중에 1981년생이 저까지 딱 다섯 명인 거예요. 지금의 멤버들한테 마흔파이브를 결성하자고 얘기했는데 다들 또 흔쾌히 알겠다고 하더라고요."(김원효)
마흔파이브는 첫 시작부터 천군만마를 등에 업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도 잠깐 공개됐지만, 트로트 가수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는 홍진영의 곡 '스물마흔살'로 첫 활동의 포문을 열었다.
"사실 처음에는 (허)경환이의 비중이 많았어요. 그런데 녹음이 진행되면서 점점 원효한테 집중되더라고요. 하하. 원효가 보컬이 안정적이니까 홍진영 씨도 원효한테 경환이의 비중을 주더라고요."(김지호)
"그때까지만 해도 개인주의가 있었어요. 처음에 욕심을 정말 많이 냈는데 진영이가 제 파트를 다 없애려고 하니까 너무 긴장되더라고요. 그렇게 노래를 계속 하는데 욕심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적은 분량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커지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불렀어요."(허경환)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마흔파이브 김지호, 박성광, 김원효, 허경환, 박영진(왼쪽부터) [사진=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2019.11.26 alice09@newspim.com |
"보컬 디렉팅을 진영 씨가 정말 잘해줬어요. 일반 프로듀서가 했으면 저희 개개인의 색깔을 몰랐을 텐데, 저희를 아는 사람이 해주니까 각자 음색과 성량을 다 체크해 분배해주더라고요. 많은 도움을 받았죠. 사실 제가 마흔파이브 상표권 등록을 지난해에 했는데, 진영 씨가 그룹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바꾸려는 거예요. 그래서 절대 안된다고 해서, 이름 하나만은 지켰습니다."(김원효)
방송에서는 잠깐 나왔지만, 마흔파이브는 세미 트로트가 아닌 밴드로 대중 앞에 서려고 했다. 하지만 미흡한 실력으로 인해 밴드는 잠시 미뤄둔 상태. 다만 멤버들은 밴드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드러내며 "어설프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대한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데, 어설프게 하고 싶진 않아요. 연습을 많이 해서 완벽하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죠.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 밴드 하기 전에 준비한 곡들을 먼저 내려고 해요. 실제로 밴드하는 분들을 보니까 1년 연습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지금도 저희가 가수를 한다고 반감을 가지신 분들이 있는 걸 충분히 알고 있기에, 더 신중하게 다가가려고 해요. 그 전까지는 신나는 음악을 먼저 들려드리고, 밴드는 대중이 저희 실력을 이해할 정도가 됐을 때 해야 될 것 같아요."(박영진)
오랜 시간 함께 활동해온 만큼 동료로서, 친구로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남달르다. 그렇기에 이제 마흔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마흔파이브'가 주는 의미는 '가수'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마흔파이브 김지호, 박성광, 김원효, 허경환, 박영진(왼쪽부터) [사진=메이크스타, 라라미디어] 2019.11.26 alice09@newspim.com |
"불안감이 몰려올 때마다 '같이 하자'라고 하더라고요. 네 명이 옆에 있어주고 활동해줘서 고맙죠. 그리고 제 인생에 있어 노래나 춤을 할 거란 생각도 못했어요. 어떻게 보면 대중에 의무를 다하지 못했던 것 같더라고요. 저희가 마흔파이브로 뭉친 만큼, 어떻게 해서든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게 또 하나의 과제이자 목표일 것 같아요."(박영진)
"저희가 노래를 내면서 모두가 마흔일 때 불릴 노래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또 방송은 영역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 같지 않아요. 개그맨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오는 것도 알고 있는데, 넓은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저희를 따라 후배들도 여러 가지를 도전했으면 좋겠고요. 저희의 진심이 잘 전달됐으면 바라죠."(박성광)
"아직도 저희는 다듬어지고 있어요. 연습을 시작하면 서로 20대처럼 싸워요. 싸우느라 연습도 못 하고요. 하하. 이번에 마흔을 맞으면서 친구들끼리 지난날을 되돌아보는데, 뭘 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바쁘게만 지낸 것 같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뜻깊어요. 같이 가치 있는 일을 만들고 싶단 생각이 크네요."(김지호)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