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공효진이 이번에도 해냈다. '동백꽃 필 무렵'으로 또 한번 인생작을 갈아치웠다. 자연히 그가 연기한 타이틀롤 '동백'도 다시 없을 캐릭터로 남았다.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을 만났다. 조금 피곤한 듯 했지만 작품 이야기를 시작하자 금세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제가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촬영하는 내내 종영을 미루고 싶을 정도였어요. 연장을 한다고 두 차례나 얘기가 나왔는데, 아무도 '이걸 해야 하나' 고민을 안했죠. 원래는 연장하자 그러면 기겁을 하거든요. '늘리실 만 하니까 그렇겠지' '할 얘기가 더 남으셨나보다' 생각하면서 촬영했죠. 시청률보다도 시청자들이 남겨주시는 피드들을 읽고 감동이 컸어요. 그동안 다른 작품할 땐 에너지를 탈탈 털어 견디고 견디면서 끝낸 적이 많았는데, 오히려 에너지를 채워서 끝낸 것 같아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KBS2 '동백꽃 필 무렵'에 출연한 배우 공효진 [사진=매니지먼트 숲] 2019.11.27 jyyang@newspim.com |
공효진이 작품을 마치고 이런 기분을 느낀 게 처음은 아니라고 했다. 과거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고맙습니다'도 마찬가지였다고. 그는 인기 있었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종영을 맞았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감정이 든다고 고백했다.
"'고맙습니다' 때도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얘기여서 잘 끝내고 나름 만족감이나 성취감이 있었어요. 로코 끝났을 때는 보통 '누구랑 행복하세요'라고 많이 하는데, 이번엔 정말 진심이 가득 담긴 피드백들이 넘치니까 고마웠죠. 눈물도 많이 나고, 저도 엄마 생각도 많이 나고 그랬어요. '고맙습니다' 하고 나서 그런 작품을 한번 더 하고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만나서 기뻤어요."
'동백꽃'에서 공효진은 모처럼 극중 퀸카(?) 역을 맡았다. '초미녀 설정'이라는 얘기가 나오자 손사레를 쳤지만 용식(강하늘)의 마르지 않는 사랑 덕에 동백이 초미녀 대우를 받은 것은 분명했다. 앞서 그가 말한 것처럼 모성에 관한 이야기가 바탕에 깔린 덕에 시청자들에게도 더 지지를 받았다.
"옹산에 다 애기 엄마들밖에 없어요. 처녀가 없는 동네죠. 소위 시장 언니들, 엄마들만 사는데 도시 여자가 이사오는 바람에 그런 말을 들었나봐요. 사실 초절정 미녀라는 말은 아무데도 없었어요.(웃음) 뉴페이스 설정이었죠. 생각보다 모정에 관한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동백이가 아들에게 갖고 있는 모정, 동백이 엄마, 용식이 엄마, 다양한 엄마들의 얘기를 깊게 하게 될 줄은 사실 몰랐어요. 저는 너무 반가웠거든요. 동백이가 보여주는 모정은 좀 초보같은 느낌이잖아요. 아들이 너무 어른스러워서요. 좀 찡했던 건 용식이를 향한 옥순의 모정이 드러난 장면들. 자잘한 대사들도 '어떻게 이렇게 쓰시지?' 싶었죠. 용식과 엄마의 관계와 서사가 충분했기 때문에 동백이랑 안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잘 와닿았어요. 드라마 보시고 우리 엄마도 '자꾸 할머니한테 전화하게 하는 드라마'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엄마를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라 더 좋은 작품이었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KBS2 '동백꽃 필 무렵'에 출연한 배우 공효진 [사진=매니지먼트 숲] 2019.11.27 jyyang@newspim.com |
공효진은 물론이고, '동백꽃'에 출연한 배우들과 시청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이 작품의 감동 포인트는 같았다. 로맨스도 있고, 스릴러도 있었지만 모정을 바탕으로 한 휴먼드라마라는 점이 많은 이들을 울고 웃게 했다. 누구에게나 통하는 공감의 힘이 이 작품의 흥행 비결이었고 임상춘 작가와 '동백꽃' 팀이 해냈다.
"요즘은 세상이 너무 각박하고 벼르고 벼르는 느낌이 들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많은 사랑을 받고 많은 이들에게 둘러싸여있지만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일이거든요. 작가님이 주신 대본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선한 이들이 이뤄내는 기적같은 얘기를 연기했어요. 저도 앞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주 현란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지만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을 뺏기고 울고 웃고 하는 걸 보면서 인간적인 따뜻함은 통하는 거구나, 그런 희망을 봤어요. 작품을 결정할 때 조금 더 자극적이고 새로운 주제를 얘기해야하나 고민도 하거든요. 우리 드라마가 사랑받는 걸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아요."
'동백꽃'에 참여한 배우들이 한 목소리로 공을 돌리는 임상춘 작가에게도 자연히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종영 전부터 임 작가의 정체가 비밀에 부쳐져 있다는 얘기도 왕왕 들려왔던 터였다. 공효진은 "동백이 같은 분"며 관심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마 동백이 같은 사람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고집을 부려서 본인을 어필하는 스타일은 아니시거든요. 저보다도 5세 이상 어린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닐 수도 있어요. 그 분이 확실한 걸 좋아하지 않으세요.(웃음) 성함만 듣고는 저도 전혀 예상을 못했죠. 어떤 신념이 있어서 숨어서 글을 쓴다기보다 성향 자체가 나서는 게 극도로 힘든 분이시더라고요. MT 때도 다같이 인사도 하고 싶고 함께 하고 싶다고도 하셨는데 오시던 길에 위경련이 올 정도로 힘들어하셨어요. 그래서 그만 궁금해하셨으면 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KBS2 '동백꽃 필 무렵'에 출연한 배우 공효진 [사진=매니지먼트 숲] 2019.11.27 jyyang@newspim.com |
공효진은 동백이 캐릭터를 "누구든 배우라면 만나고 싶었을 역"이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임상춘 작가와 제작진 역시 그가 이렇게 잘 해낼 줄을 알았던 걸까. 다른 작품 일정으로 출연이 불발될 위기에 처하자, 그를 기다려서까지 타이틀롤을 맡겼다. 그가 공효진의 출연을 염두에 뒀음은 처음 받아봤던 대본에도 다 드러나 있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게르마늄 팔찌를 찬 여자라고 해서 '저를 염두에 두고 쓰셨구나' 생각은 했어요. 언젠가 제가 외국에서 찍힌 사진에 게르마늄 팔찌를 하고 있었거든요. 엄마가 그게 좋은 거라고 차고 가라고 하셔서.(웃음) 그 이후로 제 연관 검색어에 그게 뜨고 그랬어요. 작가님이 나를 꼬드기려고 이렇게 쓰셨나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스케줄이 안됐어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대본을 읽으면서는 '행운이었구나' 싶었죠. 못했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요. 이렇게 좋을 줄 시작할 때부터 알았어요. 5~8부 대본 보면서는 진짜 안했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대본은 한 회도 빠지는 부분이 없이 점점 더 좋아졌어요. 글로 읽으시면 여러분들도 더 좋아하실지 몰라요."
20%가 넘는 시청률로 종영한 주중 드라마는 KBS에서 올해 '동백꽃'이 유일하다. 그래서 연말 시상식에서 공효진의 수상을 점치는 이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상을 받는 건 항상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임상춘 작가와 재회를 바라고 있음을 은근히 어필했다.
"상욕심이 없어진 지 오래예요. 아무래도 시기적으로 연말과 가깝게 끝난 작품이라 그런 얘기가 나오나봐요. 상을 받는 게 참 어렵고, 단순히 받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감격스럽지만은 않고, 복잡한 생각이 들어서 피하고 싶기도 해요. 정말 기쁘고 벅차지만 홀가분하고 싶거든요. 제 인생작품은 사실 영화 '미쓰홍당무'예요. 상 받고 싶었던 때는 그때가 처음이었고, 그걸로 받고나서 정말 여한이 없어요. 앞으로요? 임상춘 작가님 연락 온다면 당연히 해야죠. 뭔가 더 있을 것 같아요. 감탄을 하면서 작품을 했고 연기하면서 참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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