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9월 첫 정례회의, 금융산업 철학 드러내
"금융기관 실수할 수 있지만...과태료·사명 공개로 반복 막아야"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첫 정례회의부터 금융회사의 '규제 경각심'을 강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규제 위반 시 제재로 다른 금융사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금융정책에 대한 철학을 드러낸 것인데,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징계여부에도 영향을 줄 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금융위원회가 지난주 공개한 지난 9월18일 개최 정례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 9월9일 취임 이후 처음 정례회의에 참석했다. 정례회의는 금융정책, 금융회사 제재 및 인 허가 등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는 자리로 금융당국 의사결정권자들이 모두 나선다. 이 날 회의도 은성수 위원장을 비롯해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성호 위원, 최훈 위원, 윤면식 위원 등이 동석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2019.11.14 leehs@newspim.com |
은 위원장은 첫 정례회의부터 경각심 등 '센' 발언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상정을 요청한 '하나캐피탈에 대한 과태료 부과 조치' 안건 논의 과정에서다. 신용정보 이용과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거래 고객의 개인신용정보는 상거래 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최장 5년 경과한 날로부터 삭제해야 하는데, 하나캐피탈은 2016년 3월∼2017년12월 거래가 종료된 고객 정보를 삭제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부문검사 결과 '과태료 2160만원' 부과대상으로 판단했다.
은 위원장은 "금융기관이 모르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며 사정을 고려하면서도, "이 건이 공개가 돼 다른 금융기관도 이 문제에 대한 주의가 환기되면 똑같은 실수를 안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과태료 2160만원 부과' 이 부분이 과연 금융위원회에서 논의할 만한 사항인지에 대해 궁금하고 그 조치가 나갔을 때 경각심을 받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금액이 크다고 해서 경각심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각심을 주려면 금액이 좀 더 높아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사안에 맞춰 과태료 부과가 돼야겠지만, 과태료 부과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들도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널리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태료 처분을 받은 회사명 공개도 원했다. 그는 "안건의 내용이 공개되니까 하나캐피탈이라는 회사명이 나오겠지만 다른 금융기관도 정보공유를 해서 똑같은 실수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본인 생각을 드러냈다.
금융권은 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의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에 대한 징계에 대한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예민하게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DLF 조사결과를 토대로 징계 여부를 결정하지만, 은 위원장의 판단이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겠냐"고 전해왔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