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북한의 도발이 도를 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3일 백령도와 45㎞ 떨어진 황해도 남단의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감행함으로써 남북간 9.19 군사합의를 깬 데 이어 어제는 초대형 방사포 연발시험사격을 했다. 두 번의 도발 모두 김정은 위원장의 참관 및 지시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특히 어제 발사에 대해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대만족을 표했으며, 전투 적용성을 최종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도발 시점도 섬뜻하다.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 9주기인 23일을 택한 것은 남한에 대해 언제든지 포격도발을 다시 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초대형 방사포를 다시 발사한 28일은 미국의 추수감사절 휴일에 맞췄다. 이 뿐 아니다. 북한은 한강 하구인 황해남도 연백 지역에 여러 개의 초소를 증설했다고 한다. 연백 지역은 우리 측 교동도와 마주 보는 평야지대로 약 3㎞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연백 지역 초소 증설로 황해도 서안에서 한강 하구에 이르는 북한의 '서해 요새화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동해안도 마찬가지다. 금강산 관광객이 드나들던 북한 장전항도 최근 군사기지화되고 있어 군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위협이 다시 현실화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남북 9.19 군사합의문 자구에만 매달리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군의 대응은 실망을 넘어 개탄스럽기 까지 하다. 군은 지난 23일 해안포 도발에 대해 공식 채널인 전통문이 아닌 팩스로 "유감"을 표했다고 한다. 어제 도발에 대해서는 "우리 군은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게 씨알도 안먹힐 '말'일 뿐이다.더 큰 문제는 북한의 동태에 대해 전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은 지난 23일 북한의 해안포 사격을 음향으로 탐지했지만 사격 방향과 발수, 낙하지점 등은 전혀 확인 못했다고 한다. 또 통신감청 등 특수정보(SI)망을 가동하고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해안포대 방문 사실 조차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무사태평이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을 협의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원회를 열겠다는 말도 없다. 어제 열린 NSC 상임위에서는 한미간 방위비 협상과 지소미아 등 현안을 협의했다는 게 고작이다. 지난 23일 북한의 포사격에 대해 "인내할 수 있는 만큼 인내하고, 북한이 선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겠다"는 정경두 국방장관의 말은 어이가 없다. "국민들이 불안해 할까봐 북한의 동태를 발표하지 않는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에는 실소를 금치 못한다. 북한을 어떻게 관리하며, 정부가 발표를 않는다고 국민이 불안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북한의 표현대로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이루고,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게 명명백백해 졌고, 남한에 대한 위협도 거둘 생각이 없다는 게 이미 증명되지 않았는가.상호 무력도발을 않기로 한 9.19 군사합의는 상호 신뢰를 잃고 상호 준수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평화라는 미몽에 빠져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양보는 안된다. 북미 정상회담 시한으로 연말을 제시한 북한이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도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언제까지 경고만 하고, 예의주시만 할 것인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이미 상당 부분 둔감해 졌지만, 북한은 아직도 우리의 적 임은 분명하다. 대통령은 국토를 보위하고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킬 의무가 있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고, 국민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