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하명수사' 의혹 핵심인물 황운하, 경찰 수사권 독립 주장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수사로 청와대와 등을 돌린 검찰이 경찰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를 둘러싸고 다시 한 번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특히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노림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dlsgur9757@newspim.com |
2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경찰이 지난해 6·13 총선을 앞두고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 첩보를 청와대에서 건네받아 수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이 유력 야권 후보의 낙선을 위해 이른바 청와대의 하명수사를 벌여 선거에 개입했다는 논란이다.
울산지검은 최근 황 전 청장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하명수사' 정황을 포착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송했다.
검찰의 핵심 수사 대상 중 한 명은 황운하(57) 대전지방경찰청장이다. 황운하 청장은 지난해 3월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당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로부터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 첩보를 경찰청을 통해 건네받아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황 청장은 경찰대 출신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국면에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등을 지냈다. 경찰의 전격적인 수사권 독립을 주장해 '검찰 저격수'로 불렸다. 그는 최근 경찰에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여당 후보로 내년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황 청장은 지난해 3월 31일 김 전 시장 수사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으로부터 '야당 탄압'이라며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이 6·13 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의 한국당 공천이 확정된 당일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이유다.
경찰은 당시 김 전 시장 측근인 비서 박기성 씨가 울산 북구 한 건설현장에서 특정 레미콘 업체가 납품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였고 12월 박 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시장은 선거에서 결국 낙선했다.
[사진=김아랑 기자] |
하지만 검찰은 올해 3월 박 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경찰이 제출한 증거 등이 박 씨를 재판에 넘길 정도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박 씨에게 보낸 불기소이유통지서에는 경찰이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 등 수사 일련의 과정에서 검찰 수사 지휘에 불응하고 피의사실공표를 이어갔다는 지적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해당 문서에서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거에 출마할 것이 유력한 사람이나 그 주변 인물에 대해 선거와 무관한 내용의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고자 할 경우 현행범이 아닌 한 보다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 및 상세한 법리검토를 거쳐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라며 "울산지방경찰청은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사실관계 확인, 증거자료 수집 및 분석, 법리적용, 혐의 유무 판단에 이르는 수사 전 과정이 치밀한 검토 하에 이뤄져야 했으며 이를 위한 사법적 통제장치가 검찰의 각종 양장청구권 및 수사 지휘권"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제반 증거가 피의자들의 주장에 부합하고 증거가 부족하여 혐의를 인정할 수 없음이 명백한 사안"이라며 "그런데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수사 지휘에 대해 (경찰이) 재지휘를 건의한 것은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거듭 동일한 증거와 무리한 법리해석을 토대로 결론을 변경하지 않은 채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구체적 수사 진행 단계에서 수차례 거듭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또 황 청장을 직접 거론하며 '검찰의 방해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그의 언론 인터뷰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검찰이 문재인 정권과 다시 한 번 등을 지는 부담 속에서도 청와대에 직접 칼날을 겨누는 배경 중 하나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이번 정부 들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시작으로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청와대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까지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여러 건 진행한 바 있다.
윤석열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국회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전임 문무일 총장보다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수사권을 대폭 축소하고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등 내용을 골자로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 중이다.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돼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경찰이 김 전 시장 측근 수사에 착수한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던 상황에서 해당 수사가 마무리된 후 황 전 청장 등 관련 사건을 추가 수사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관련자들의 주소지 등을 고려해 사건을 이송했을 뿐이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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