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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른바 중기 조정을 마무리하면서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통화정책 측면의 변수가 채권시장의 화제 거리에서 밀려난 사이 투자자들은 고수익률 기회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등급) 오토론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뭉칫돈이 밀려 들었고, 프론티어 마켓에 해당하는 파키스탄 채권에도 해외 자금이 홍수를 이뤘다.
미국 연준을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제한적이지만 지구촌 전반의 시장금리는 이미 바닥권이고, 투자자들은 고수익률에 커다란 갈증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디폴트도 지난달 채권시장 투자자들 사이에 관심을 모았다. 회사채 디폴트가 꼬리를 물었고, 내년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아시아 달러화 채권시장의 디폴트 급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유동성 흐름에 이상 기류가 뚜렷하고, 내년 중국을 필두로 기업 수익성 악화와 인도 그림자 금융 사태의 확산까지 악재가 상당수라는 지적이다.
◆ '리스크-온' 개미부터 기관까지 고수익률에 혈안 = 개인 투자자부터 기관 투자자들까지 고수익률에 혈안이 됐다.
이른바 서브 제로 채권 물량이 10조달러를 웃돌고, 올들어 연준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에 따라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확보하는 일이 지극히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핀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서브프라임 오토론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 발행이 연초 이후 최근까지 290억달러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들어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한 데 따라 전반적인 채권 수익률이 떨어진 가운데 투자자들이 고위험 ABS 시장에 뛰어든 결과다.
신용등급이 저조한 ABS 발행에 일반적으로 5~6배에 달하는 투자 수요가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파키스탄 채권시장도 고수익률을 찾는 핫머니로 북새통을 이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해외 투자자들이 사들인 파키스탄 현지 루피화 표시 채권 물량이 6억425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4년간 외국인들이 매입한 물량보다 큰 수치다. 중앙은행이 지난 7월 이후 기준금리를 13.25%로 유지, 보기 드문 고금리가 해외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국제통화기금(IMF)의 60억달러 구제금융 제공과 이에 따른 경제 개혁 기대감도 파키스탄 채권의 투자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일본 은행권의 고수익률 베팅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즈오카 은행을 포함한 일본 은행은 상대적으로 고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매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즈오카 은행이 CLO 매입 한도를 지난해 400억엔에서 600억엔으로 높였고, 노린추킨 은행도 물량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저금이 여건이 지속되는 데다 내년 경기 침체 리스크가 한풀 꺾인 데 따라 고위험 고수익률 전략을 동원하는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 중국 디폴트 급증, 내년 亞 신용시장 적신호 = 산동 소재 중국 철강 업체 시왕 그룹이 10억위안(1억4200만달러) 규모의 회사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디폴트를 냈다.
중국 반도체 칩 업체인 칭화 유니그룹도 마찬가지 사례다. 중국 정부의 IT 부문 야심을 배경으로 탄생한 업체는 지난해 9000만달러 적자를 냈고,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2016년 59.1%에서 2017년 62.1%, 2018년 73.4%로 급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칭화 유니그룹의 달러화 표시 회사채를 공격 매도했고, 채권 만기 연장이 절실한 상황에 가격이 사상 최저치로 밀렸다.
한 때 중국판 JP모간으로 통했던 차이나 민생 인베스트먼트 그룹은 올해 중국 최대 달러채 디폴트를 낸 데 이어 내년 20억달러의 채권 만기를 앞두고 있다.
중국 회사채 디폴트는 내년에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신용 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 디폴트가 35건으로 집계됐고, 내년에는 최대 50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액 기준으로 내년 중국 회사채의 디폴트 규모는 2000억위안(28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무디스는 예상했다.
중국 정부의 이른바 좀비 기업 퇴출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과 무역전쟁 속에 실물경기 한파와 기업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내년 신용시장의 적신호가 아시아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내년 만기 도래하는 투기등급 회사채 표시 채권 물량은 151억달러.
유동성 여건이 악화되면서 기업들 사이에 회사채 차환 발행이 간단치 않다는 목소리가 이미 번지기 시작했고, 한계 기업을 중심으로 수익률이 두 자릿수로 치솟는 등 이미 이상기류가 두드러진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골드만 삭스는 아시아 지역의 하이일드 채권 디폴트율이 올해 1.7%에서 내년 3.0%로 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씨티그룹은 인도의 그림자 금융 위기가 내년 한층 고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은행 금융권의 유동성 경색이 더욱 악화될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일부 헤지펀드는 아시아 신용시장 혼란을 겨냥, 부실 채권 펀드 모집에 나섰다. 홍콩 소재 더블 헤븐 캐피탈이 특히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업체는 아시아 지역의 부실 채권 규모가 6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이들 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기 위한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디폴트 우려와 이에 따른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가격이 액면가 1달러 당 50~70센트까지 떨어진 채권을 매입해 차익을 거둔다는 계산이다.
◆ 연초 이후 전세계 회사채 발행 '폭주' = 올들어 달러화를 필두로 주요 통화 표시의 회사채 발행이 2조43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말까지 발행액이 2조5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 리스크가 한풀 꺾인 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합의에 대한 기대가 자리잡고 있어 회사채 시장의 발행 및 투자 열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