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대표적인 매파로 통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관세 강행을 주장하는 메모를 정책자들에게 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빈축을 샀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경제 펀더멘털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관세 충격이 미미하고,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이를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정책자들에게 이메일을 전송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관세의 50% 인하 및 추가 관세 철회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망신을 당한 것.
1단계 무역 합의에도 반기를 들었던 매파 나바로 국장이 중국과 협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12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나바로 국장이 관세 시행을 지지하는 글을 작성한 뒤 이메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자들에게 전달했다.
그는 "지금까지 중국에 대한 관세가 미국 경제를 방어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성장률과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실상 관세는 GDP에서 순수출을 개선시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나바로 국장은 "백악관이 내년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중국과 어떤 무역 딜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한편 관세 시행을 통한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며 말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도 이 같은 내용의 메모를 정책자들에게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10월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었던 나바로 국장이 또 한 차례 강력한 매파 색깔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합의안 이행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나바로 국장의 주장이다. 지속적인 관세 시행만이 중국의 합의안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얘기다.
가뜩이나 15일 추가 관세 시행 여부게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백악관의 매파가 목소리를 높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월가는 긴장하는 표정을 지었다.
앞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15일 관세 시행이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 자리잡고 있고, 시행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힌 바 있어 투자자들이 강한 경계감을 내비친 것.
하지만 상황은 미국 협상 팀이 약 3600억달러 물량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기존 관세를 최대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한편 15일로 예정된 1560억달러 물량에 대한 15% 추가 관세를 철회하는 방안을 중국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금융시장은 급반전을 이뤘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관세 인하 및 추가 관세 철회를 제시하며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수입할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인 수입 규모와 향후 매입 일정을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합의문에 명시하는 한편 매 분기마다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결정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1단계 합의 성사에 대한 기대가 번지면서 뉴욕증시는 강하게 반등,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세웠다.
아울러 나바로 국장을 향한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가뜩이나 양국 무역 협상 과정에 합류하지 못한 매파가 더욱 설 자리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