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부동산 투기 몸통"
"정부, 재벌 토지 정보 공개해야"
[서울=뉴스핌] 윤혜원 기자 = 삼성·현대차·LG·SK·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이 보유한 토지자산이 최근 23년 간 61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7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국내 5대 그룹의 토지자산 증가 현황과 역대 정부의 재벌 토지 자료 공개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래픽=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경실련에 따르면 5대 그룹이 소유한 토지자산(장부가액 기준)은 1995년 12조3000억원에서 2018년 73조2000억원으로 약 61조원이 늘어나 6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별 토지자산 증가액수는 현대차그룹이 22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롯데그룹(16조5000억원)과 삼성그룹(10조3000억원), SK그룹(8조5000억원), LG그룹(3조원) 등이 뒤를 이었다. 증가배수의 경우 롯데 13.3배, 현대차 11.3배, SK 5.7배, 삼성 3.8배, LG 1.9배 순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토지 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삼성그룹으로 5994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그룹은 4361억원, LG그룹은 2727억원, 현대차그룹은 1056억원, SK그룹은 845억원 증가했다.
증가 이유에 대해 경실련은 "재벌은 토지자산 증식, 부동산 개발·임대·관리 등 비생산적 경제활동에 몰두하며 부동산 투기의 몸통이자 주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재벌의 부동산 투기와 땅을 이용한 세습, 비생산적 활동 등을 시장에서 일차적으로 감시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경실련은 그러나 정부가 재벌의 토지 보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재벌 토지자산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가 재벌개혁, 공정경제 등을 내걸고 출범했음도 정작 이와 관련한 기초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경실련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재벌 보유 토지 자료 관련 지시를 했다"며 "그러나 경실련의 재벌 보유 토지의 필지별 면적, 장부가액, 공시지가, 비업무용·비사업용 토지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어느 부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재벌의 부동산 투기를 방지할 장치의 부재는 재벌이 비생산적 부동산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에 주력하는 유인을 제공하고, 아파트 값 거품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방치해왔으며, 재벌들이 비업무용·비사업용 토지를 보유해도 외면하고 감시하지 않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는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현황 등에 대해 관련 부처에서 자료를 구축해 모두 공개하고,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중과세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며 "우리 사회 불평등과 격차를 줄이려면 공공재인 토지를 이윤추구 수단으로 이용하는 반칙 행위에 강력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의 보유 부동산에 대한 건별 주소·면적·장부가액·공시지가 등 사업보고서 의무 공시 △일정 규모 이상 법인의 연도별 보유 토지·비업무용 토지 현황·세금납부 실적 상시 공개 등을 제안했다.
hw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