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10개 사건 병합…변론종결
검찰, 원 전 원장에 징역 15년·추징금 198억 구형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특수활동비 불법사용, 뇌물공여 등 혐의로 총 10개의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원세훈(68) 전 국정원장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0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 등 11명에 대한 10개 병합사건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이형석 기자 leehs@ |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0년, 추징금 198억3752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국정원은 다양한 정치개입과 함께 정부 정책에 반대를 표하는 각종 단체와 개인을 제어하는 사찰을 진행했다"며 "지지 세력을 편파적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소중한 안보 재원이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 전 원장은 국가정보단체의 수장으로 국가 안전보장에 막대한 책임이 있다"며 "생각이 다르다며 반대 세력의 국민들을 탄압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국가자금을 사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상명하복 지휘체계를 이용해 다수의 부하 직원들을 범죄자로 만들었고, 상당수는 실형을 받았으며 이 중 일부는 지금도 수감생활을 통해 불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원 전 원장은 국민 앞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범법행위가 많으면 기소도 많지만 한꺼번에 묶어서 기소할 수도 있음에도 검찰은 유례없이 별건으로 나눠 9차례에 걸쳐 차례로 기소했다"며 "방어권 행사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 검찰의 기소는 다분히 의도적인 공소권 남용이다"고 반박했다.
또 "피고인은 이미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정치 관여와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음에도 포괄일죄에 해당하는 본건을 별도로 기소하는 건 명백히 이중 처벌이다"며 "재판부는 검찰이 문제 삼은 위법성 여부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증명력 없는 간접증거로 쉽사리 유죄로 인정하면 억울한 누명에 처하는 위험이 초래된다"며 "분명하지 않은 정의를 위해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법원은 법원칙을 충실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혐의로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된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54억4836만원, 이종명 전 3차장은 징역 3년에 추징금 48억9954만원을 구형받았다.
'양대노총 분열공작' 혐의로 기소된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징역 3년 및 추징금 1억7700만원을 구형받았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걸 전 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과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각각 징역 1년6월이 구형됐다.
'우편향 안보교육' 혐의를 받는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은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 이상태 국가미래발전협의회 2대 회장은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을 구형받았다.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은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 차문희 전 국정원 2차장은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이 구형됐다.
원 전 원장의 'MBC 장악' 범행에 가담한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게는 징역 4년에 자격정지 3년을 구형했다.
원 전 원장 등 사건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국정원이 과거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는 내용을 확인하면서 수사·기소로 이어졌다.
2017년 12월 7일 재수사를 통해 처음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은 기소 2년만인 지난 6일 7개 사건이 병합됐다.
이날 나머지 사건이 추가 병합되면서 기존에 병합 처리됐단 건까지 포함해 총 10개 사건들에 대한 결심공판이 함께 진행됐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노총 분열공작 ▲MBC 방송 장악 ▲여론조작 등 정치개입 ▲호화 사저 리모델링 횡령 ▲MB 특활비 뇌물 ▲우편향 안보교육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뒷조사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우선 원 전 원장은 민병주 전 심리전당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등과 함께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민간인 댓글 부대(사이버 외곽팀)' 불법 정치 활동에 예산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원 전 원장은 단순히 댓글 조작에 개입하기만 한 것을 넘어 유명인들을 뒷조사하고 국정원 자금을 유용한 혐의까지 드러나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재판에 넘겨졌다.
원 전 원장은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 확인 작업, 어용 노총 설립을 통한 노동계 분열 공작 등에 국정원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 당시 야권 정치인들을 제압할 방안을 마련하고 선거 관련 여론조사에 예산을 유용하거나, 국가발전미래협의회(국발협)라는 외곽 단체를 만들어 진보 세력을 '종북 세력'으로 모는 등 정치 공작을 한 혐의도 있다.
또 정치권 외에도 연예인 중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이던 인사들의 명단을 만들어 MBC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하고, 일부 기자·PD들을 업무에서 배제해 방송 장악을 시도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밖에 국정원 자금으로 호화 사저를 마련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 펀드 명목으로 자금을 송금해 30억원 상당의 국고를 손실한 혐의, 이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뇌물공여 및 국고손실 등 혐의도 있다.
한편 원 전 원장은 2012년 총선·대선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을 동원해 특정 후보를 겨냥한 지지·반대 댓글 조작에 개입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로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아울러 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개인비리 혐의로 2016년 9월 열린 상고심에서 징역 1년2월이 확정됐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