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이른바 1단계 무역 합의를 이뤄내면서 경기 침체 공포가 한풀 꺾였지만 2020년 글로벌 경제의 먹구름이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스몰딜 타결에도 경기 둔화가 지속될 여지가 높고, 미국과 중국의 2단계 무역 협상이 난기류를 타면서 양국 경제를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여기에 눈덩이 부채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에 2008년 금융위기와 흡사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31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은 일제히 2020년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성장 둔화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미국 경제가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3분기 성장률 2.1%보다 낮은 수치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표치인 3.0%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상황은 유럽도 마찬가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3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유로존 경제 성장률이 1%를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성장률은 7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셈이다.
투자자들의 전망치는 유럽중앙은행(ECB)가 제시한 수치인 1.1%보다 낮다. 유로존 경제 성장률은 2017년 2.4%에서 2018년 1.8%로 떨어졌고, 2019년 성장률은 1.2%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이루면서 관세 전면전이 진정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내년 경기 전망이 흐리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최고치 랠리를 연출하는 뉴욕증시를 필두로 자산시장의 상승 탄력과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눈덩이 부채가 지구촌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특히 금리가 상승할 경우 위기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지난 10년간 급증한 부채가 2008년와 흡사한 금융위기를 일으킬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구촌 부채 규모는 250조달러에 이르고,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아시아와 남미 신흥국의 부채는 55조달러 불어났다.
1980년대 남미 부채 위기와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대 금융위기까지 한계 수위의 부채는 위기로 이어졌고, 최근 상황에 대해서도 바짝 긴장해야 한다는 것.
월가에서는 금리 상승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회사채부터 신용카드까지 민간 부채가 위험 수위에 이른 가운데 금리가 오르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크레스트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잭 애블린 최고투자책임자는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부채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레버리지의 상당 부분이 변동금리와 연계돼 있다"며 "금리 상승이 기업부터 소비자까지 숨통을 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은 주요국 제조업 경기의 지속적인 둔화를 점치고 있다. 공급망 교란이 이미 현실화됐고, 여기에 경제적,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를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제조업계가 내년 2009년 이후 처음으로 투자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실물경기 전반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밖에 전세계 곳곳에 벌어지는 사회적 동요와 반정부 과격 시위 역시 경제와 금융시장에 작지 않은 변수로 지목된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