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머지않아 새 전략무기 목격할 것" 확언
전문가, 고체연료 ICBM‧다탄두 ICBM‧SLBM 등 다양한 관측 제기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새 전략무기'를 언급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 전략무기가 무엇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 보고를 한 내용을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그 전략무기가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때문에 전략무기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까지 개발이 진행됐는지, 그리고 북한이 전략무기를 언제 공개할지 등에 대해 이목이 쏠린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으로 평가되는 북한의 '화성-14형'.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노동신문] |
◆ 선택지①: 고체연료 기반 ICBM…기습 발사 가능해 美에 보다 위협적
美 전문가 "北, 이미 완료한 액체 엔진시험 기반으로 고체연료 기반 ICBM 개발 가능"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선택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 ICBM 액체 엔진연료시험으로 추정되는 시험을 한 바 있는데, 이를 토대로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고체연료 기반 ICBM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언 윌리엄스 CSIS 미사일방어국장은 지난달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성능이 크게 향상된 새 ICBM 엔진을 곧 들고 나올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북한이 지난 2~3년 동안 우리를 크게 놀라게 만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2019년 20차례가 넘게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고체연료를 시험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즉 북극성-3형 발사 때도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며 "따라서 지금 북한에선 일종의 고체연료 혁명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북한은 2017년 3월 액체연료를 쓰는 신형 고출력 엔진인 백두 엔진의 연소 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미국 입장에서는 크게 위협적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 이미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이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등 세계적인 추세가 액체 연료에서 고체 연료로 가고 있다.
특히 액체연료의 경우 발사 전 연료 주입과 이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 징후가 감시망에 노출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배터리처럼 연료를 추진체에 끼우는 방식의 고체연료는 사전 포착이 어렵고, 기습발사가 가능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위협적일 수 있다. 때문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액체연료보다는 고체연료 시험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박사는 지난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핵 강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모두 고체연료 기반으로 전환했다"며 "북한은 이들 국가와 동등한 역량을 보유했다는 점을 선전하기 위해 고체연료 기반 ICBM 역량 과시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같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발사 준비시간이 짧은 고체연료 기반 ICBM일 가능성도 있다"며 "미 본토에 대한 기습공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방위 셈법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 역시 "북한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북한이 가고 있는 방향성으로 보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을 개발하려고 노력 중인 것이 확실하다"며 "전략무기는 고체연료 기반 ICBM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3월 18일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탄도미사일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실시했다. [사진=노동신문] |
◆ 선택지②: 신형 액체엔진 기반 다탄두 ICBM…최근 미국을 긴장시킨 시험의 정체
신종우 "北, 신형 액체엔진 기반으로 화성-15형 뛰어넘는 다탄두 ICBM 개발 가능"
반면 아직 북한이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ICBM 개발 단계에 도달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북한이 언급한 새 전략무기가 고체연료 기반 ICBM일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고체연료 기반 ICBM을 개발했다는 정황이 없다. 시험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른다"며 "따라서 현재로서는 그 부분은 이야기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그러면서 지난달 동창리 발사장에서 시험했던 신형 액체엔진을 기반으로 한 다탄두 ICBM이 북한의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신 위원은 "지난해 북한이 이스칸데르 미사일, 방사포 등을 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별 거 아니다'라고 하면서 폄하했다"며 "그러던 미국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 동창리 발사장에서 북한이 ICBM용 신형 액체엔진 시험을 했을 때다. 그 이후로 정찰기도 한반도로 많이 날아오고 있다. 미국도 이제는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즉 북한은 동창리에서 개발한 신형 액체엔진을 가지고 ICBM의 추력을 높인 다음, 탄두 탑재역량을 더 높여 다탄두 ICBM을 개발할 것"이라며 "북한이 이미 개발한 ICBM인 화성-14형이나 화성-15형은 단탄두였는데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데 여기에 신형 액체엔진을 만들었다는 건 화성-15형을 뛰어넘는 다탄두 ICBM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2일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쏘아올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자료사진. [사진=조선중앙tv 캡처] |
◆ 선택지③: 신형 잠수함에 탑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美에 은밀히 다가가 발사 가능
박원곤 "北이 갖고 싶어 하는 최종적 핵 억지력"‧신종우 "괌‧알래스카 등 타격 시도 가능성"
북한의 선택지로 신형 잠수함에 탑재한 SLBM 발사도 거론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2일 SLBM을 발사했다. 이날 북한은 사거리가 약 450km인 북극성 계열의 SLBM을 910여km의 아주 높은 고도로 고각 사격했다. 고각 사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사거리는 최소 1300km에서 최대 2000k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노동당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SLBM은 '북극성-3형'이라는 신형 SLBM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북극성-3형의 사거리가 최대 2000km에 달할 수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 그리고 SLBM은 잠수함을 통해 적에게 은밀히 다가가 쏠 수 있는 발사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이미 미국을 긴장시킬 만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북한은 발사 당시 잠수함이 아닌 수중 발사대를 이용했다. 이것이 아직 잠수함에서 쏠 능력이 안 돼서인지, 아니면 도발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북한이 북극성 계열의 SLBM을 최대 3기까지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볼 때 머지않아 완전한 신형 SLBM 발사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잠수함에서 직접 발사되는 SLBM은 최종적인 핵 억지력 확보의 의미를 갖는다"며 "잠수함에서 직접 SLBM을 발사하려면 최소 3000톤급 이상의 잠수함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이 그런 잠수함을 보유했는지, 그리고 그 발사시설에서 발사할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북한은 반드시 이 능력을 가지려고 하기 때문에 이것이 전략무기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종우 위원도 "전략무기는 북한이 장기간 개발 중인 신형 잠수함에 탑재된 SLBM, 북극성-3형일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1차 시험 때보다 사거리를 늘려서 괌이나 알래스카, 하와이 정도를 타격할 수 있는 수단으로 과시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