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도발해도 이란 사태 때문에 주목 못 받아…김정은 고민할 듯"
"이란 암살 방식 北에 대입 '불가'…美, '잠재적' 북핵 능력 살필 것"
[서울=뉴스핌] 대담 이준혁 정치부장, 정리 노민호 기자 = 이란과 미국 간 전면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드론 암살'에 맞대응해 이라크 미군 기지에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일촉즉발' 이란 사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미국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는 당분간 힘을 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서로에게 '선(先) 양보'를 요구하는 지지부진한 줄다리기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뉴스핌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사안에 대해 미국이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다르게 보면 북한의 '도발 공간'이 넓어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안보전공 교수. 2020.01.07 alwaysame@newspim.com |
북한은 지난해 말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무기'와 '핵·미사일 실험 유예 취소 가능성' 등의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다.
현재 외교가 안팎에서는 북한의 소위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지만 무력 도발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임 교수의 분석이 주목받는 이유다.
◆ "도발 효과 적어진 北…김정은 고민 깊어질 듯"
임 교수는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발 단추를 누를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 사태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크게 주목 받지 못하고 미국의 심기만 건드릴 수 있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임 교수는 "설사 북한이 도발을 감행했다하더라도 이전처럼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북한은 압박효과를 통해 미국의 양보를 얻으려 하는 데 그것이 제대로 먹힐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북한이 '레드라인'(도발 금지선)으로 평가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설사 시험발사 할 지라도 즉각적인 미국의 대응과 반응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조선중앙통신] noh@newspim.com |
임 교수는 "ICBM과 SLBM은 미국이 생각하는 레드라인이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크다"면서도 "그러나 이란과 미국과의 갈등 정도와 기간 이것이 북한이 ICBM을 쏘더라도 실질적 효과를 거두느냐에 영향을 끼치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일련의 상황에서 북한이 '건군절'(2월 8일), 김정일 생일(2월 16일)인 '광명성절', 김일성 생일(4월 15일)인 '태양절' 등을 계기로 열병식을 가지고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무력과시'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이란 암살 방식 北에 대입 불가…美, '잠재적' 북핵 능력 고려할 듯"
일각에서는 미군의 이란 군부 실세 암살 방식을 북한에 대입하는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임 교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피해를 고려할 수밖에 없고 이란과 달리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가 진행된 상황이라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임 교수는 "(드론 암살 등의)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며 "한국과 일본에 피해가 갈 수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생각해야하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제약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알아사드 공군기지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미군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8.12.26 |
임 교수는 또한 "이란은 북한처럼 핵무기를 고도화하지 못했다"며 "이란이 미국에게 대항할 수 있는 '억지력'은 테러 또는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는 핵무기에 비해 파괴력이 크지 않은 수단 뿐"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반면 이란에 비해 고도화를 이룬 북한의 핵무기 능력으로부터 미국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울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것을 핵국가 지도자 간의 만남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미국도 인정하긴 싫겠지만, 이후 두 지도자 간의 만남이 지속된다면 (핵보유국이라고) 암묵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으로 한 발짝씩 옮겨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