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시광고법 위반 정신적 손해 인정
재판부 "재산적 손해는 인정 안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디젤 차량 소유자들에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 회사들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조미옥 부장판사)는 16일 폭스바겐·아우디 차주들과 리스 이용자 등이 국내 수입사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와 차량 제조사·판매사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차량 1대당 100만원씩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폭스바겐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재판부는 "피고들은 해당 차량이 유로-5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충족하고 친환경적인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라고 장기간 광고하고 차량 내부에 표시했다"며 "표시광고법상 거짓·기만에 의한 표시 및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위, 광고의 내용 및 기간, 후속 리콜조치 내용 등을 고려하면 피고들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와 원고들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며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 신뢰는 차량 제조사 및 판매사의 광고로 창출되고 폭스바겐·아우디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위법한 인증시험 통과와 환경부 인증취소 등으로 브랜드가 주는 만족감에 손상을 입었다"며 "차량 제조사 및 국내 수입사는 소비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해액 산정에 대해서는 정신적 고통의 내용과 정도, 해당 차량에 관한 부당 인증취득 경위 등을 참작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들의 표시·광고로 인해 원고들의 차량 소유 또는 운행에 어떠한 지장이 있거나 차량에 하자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재산적 손해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선고는 차주 등이 각각 집단소송으로 제기한 총 19건의 사건에 대해 동시에 이뤄졌다. 다만 전체 원고 1299명 중 979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만 인정되고, 320명의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차량 매매계약서나 리스계약서 등을 통해 계약 체결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원고들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또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 없는 엔진 모델의 차량 매수자, 일부 중고차 매수자·리스 이용자들에 대한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른바 '배출가스 조작 사건'은 폭스바겐·아우디 독일 본사가 유로-5 배출가스 기준 적용대상인 디젤 차량 15개 차종을 제조하면서 엔진 성능과 연비 효율을 위해 배출가스 저감장치 작동을 조작하면서 불거졌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의 결함시정명령 이후 지난 2017년부터 다음해에 걸쳐 해당 차량이 리콜 조치됐다.
이와 관련해 세계 각국에서 민·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만 5000여명의 차주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같은 법원 민사합의22부(이동연 부장판사)는 "아우디폭스바겐 등은 원고들에게 위자료 각 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며 차주들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했다. 다만 해당 재판부도 차주들이 주장한 배출가스 조작과 허위 광고에 따른 재산적 손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