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11일 국회서 총선 출마 기자회견 개최
"국회의원 당선되면 北주민들 확신 갖을 것"
황교안 "적극 환영한다…서울에서 만나자"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며 4·15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국당은 태 전 공사를 서울 지역구에 전략 공천할 방침이다.
태 전 공사는 11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을 믿고 사선을 넘어왔다"며 "저는 오늘 국민 여러분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어 "입번 통선에 비례대표가 아닌 한국당의 지역구 후보로 도전할 것"이라며 "지역 출마와 관련해서는 당의 결정에 따를 것이지만, 저를 야당 후보가 아닌 통일정책 파트너로 생각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태영호 전 주영북한공사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0.02.11 leehs@newspim.com |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10일 태 전 공사의 영입을 발표하며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태 전 공사는 1000만 이산가족의 한과 2500만 북한 동포의 입장에서 평화통일의 길을 제시하고 국제 문제에서도 당당하게 입장을 알릴 수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그간 탈북민은 주로 비례대표로 영입했지만, 태 전 공사처럼 지역구에 출마해 당당히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고 자처한 사람은 처음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제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북한 체제와 정권의 유지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북한 내 엘리트들,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는 저의 옛 동료들인 북한 외교관들, 더 나아가 자유를 갈망하는 북한의 선량한 주민들 모두 희망을 넘어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지역구 출마를 통해 주민들 한 명 한 명을 만나며 신뢰를 얻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제가 직접 지역구에 나가서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연다면 저를 신뢰하고 믿어줄 것"이라며 "제가 (총선에서) 선택을 받으면 대한민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대한민국에 제가 북한 인권과 북핵 문제의 증인이었든, 북한에는 자유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생을 북한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제가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되는 지역의 대표자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확인하는 순간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통일은 한 걸음 더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태영호 전 주영북한공사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0.02.11 leehs@newspim.com |
태 전 공사는 "서울 생활을 시작한 이후 각종 세미나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북한 정권의 전략과 의도를 알리고,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그러나 현재의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만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다 이야기하는건 부적절하지만, 북한에서 여기 내려온 청년들 보고 범죄자냐 아니냐에 앞서 그들을 북한에 돌려보낸 것을 보면서 큰 좌절감을 느꼈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면 안된다. 이 일을 막기 위해서 의정활동을 해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대한민국에 도착한 날부터 시종일관 김정은 정권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이야기 했다"며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도 김정은이가 비핵화를 위해 그 어떤 움직임이나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 목격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태 전 공사의 활동에 제약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그는 '경호가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경호 문제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전적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가족분들은 출마 의사에 대해 어떻게 말씀을 해주셨나. 언론에 노출되는 부분들도 걱정이 되셨을 거 같은데'라는 질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가족들과 오랜 기간 동안 토의하고 고민해봤다"며 "아내와 아이들이 아버지가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결정이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응원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한편 황교안 한국당 대표 역시 뒤늦게 자리에 참석해 태 전 공사의 입당을 환영했다. 황 대표는 "북한에서 일어난 최근의 일들까지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는 역량있는 분"이라며 "큰 결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한국당과 뜻을 같이 하며 큰 뜻을 펼쳐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태 전 공사의 서울 지역구 전략공천을 언급하며 "서울에서 만납시다"라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황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며 이낙연 전 총리와 맞대결을 펼친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