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확진환자서 검체 확보, CEVI 융합연구단에 전달
"바이러스 연구소, 유사기능 중복으로 비효율 커질수도" 우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와 지카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경험을 가진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치료제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검체를 확보하면서다.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 원장은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연구현황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의 검체가 될 세포주(細胞株·동일 형질의 배양세포)가 빠르면 오늘 중 화학연에 온다"며 "세포주가 확보되면 저희가 갖고 있는 치료제나 백신의 항바이러스 특성을 바로 검증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이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연구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02.11 nanana@newspim.com |
이어 이 원장은 "CEVI 융합연구단에서 주로 연구했던 치료제가 지카 바이러스와 메르스"라며 "두 바이러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에도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화학연은 CEVI(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을 통해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 염기서열을 처음 공개한 지 하루만인 지난달 11일부터 관련 백신 및 치료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당초 국내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적어 검체 확보가 어렵자 화학연은 위탁기관인 파스퇴르연구소의 중국지사를 통해 검체를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이날 국내 의료진과 충북대학교 의대 연구진이 확진환자로부터 채취한 검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분리하는 데 성공하면서 화학연도 국내서 검체를 확보하게 됐다. 이에 신종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연이 주관하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등 8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협력하는 CEVI(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은 지난 2016년, 메르스 사태와 같은 고위험 불특정 바이러스의 ▲진단 ▲백신 ▲치료 ▲확산방지를 위해 만든 종합 바이러스 연구 시스템이다.
CEVI 융합연구단은 진단장비 개발을 통해 신종 코로나 진단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원장은 "진단 방식이 정확도 높은 유전자 진단과 정확도는 낮지만 속도가 빠른 방식으로 나뉘는데 현재 두 방식 모두 현재 기업체와 함께 장비 개발 중"이라며 "현재 정부기관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머지 않아 참여기업과 함께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최근 여당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설립 필요성을 제시한 '국립 바이러스 연구소'에 대한 뜻도 밝혔다. 현재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보건복지부(사람), 농림축산식품부(동물), 환경부(환경) 등 연구분야에 따라 각 부처에 흩어져 있다. 이 때문에 사람, 동물, 생태계를 연계해 다학제적으로 접근하고, 부처 모두를 한꺼번에 컨트롤할 수 있는 범부처 컨트롤타워인 국립 바이러스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원장은 "바이러스연구소는 필요하지만 그 기능과 역할 등 운영방식에 대한 심층검토가 필요하다"며 "(바이러스연구소를 만들되) 현재 감염병 연구소로 기능하고 있는 파스퇴르 연구소와 같은 기존 조직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연구소가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는 대신 특정 부처 아래 비슷한 연구소가 여럿 생겨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이 원장은 이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임기 3년 간의 기관운영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특히 이 원장은 과거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정부출연연으로서 화학연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과거 화학연이 사람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는 데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사람 그 자체나 사회안전, 환경을 위한 연구도 많이 해야한다"며 "앞으로 화학연은 '공공성'을 핵심가치로 삼아 고위험 바이러스나 소재부품산업, 사회안전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할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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