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주도하는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에 월가가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소수 IT 종목의 쏠림현상이 지나치고, 이들의 지수 비중 역시 영속 불가능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궁극적으로 버블이 무너지면서 증시 전반에 과격한 조정이 펼쳐질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월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13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S&P500 지수 비중은 1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에서 5.183%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했고, 애플 역시 4.835%의 비중을 나타냈다. 2개 종목의 비중은 총 10.018%.
2개 종목이 1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이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는 데 월가 투자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데이터트랙 리서치에 따르면 아마존과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4개 종목이 연초 이후 S&P500 지수 상승폭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FAANG을 중심으로 극소수의 IT 종목이 지수를 통째로 쥐락펴락하고 있어 더 이상 S&P500 지수가 미국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지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호워드 실버블라트에 따르면 지난 1982년 IBM과 AT&T가 S&P 다우존스 지수에서 10.9%에 달하는 비중을 나타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수 비중이 11개 섹터 가운데 7개 섹터보다 높은 실정이고, 이는 영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이후 애플 주가는 두 배 치솟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80% 뛰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률인 3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나스닥 지수에 편입된 종목 가운데 절반 가량이 2월 초 기준 베어마켓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대표 지수가 크게 왜곡됐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시장 전문가들은 소수 IT 종목의 극심한 쏠림현상이 종료를 맞으면서 증시 전반에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 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극소수의 IT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주가 조정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고, 앞으로 7~10%의 급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팀 헤이스 글로벌 투자 전략가 역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MSCI 글로벌 지수에서도 5%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하고, 이는 48개 국가 중 일본을 제외하고 나머지 47개 국가의 증시보다 높은 수치"라며 "이 같은 상황이 영속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이들 IT 대장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증시 하락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증시 전반에 커다란 잠재 리스크가 자리잡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증시에서 발생한 주가 조정이 글로벌 증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최근 골드만 삭스는 뉴욕증시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등 5개 종목에 크게 집중됐고,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가장 심각한 쏠림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종목이 현재 주가 수준과 밸류에이션을 충족시키는 이익 증가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과거와 같은 후폭풍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