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0만원 내고 택시 영업하라는데…거부하는 타다
혁신이란 이름의 무면허 영업…당당히 면허 취득해야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허름한 재래시장이 하나 있다. 옹기종기 붙어 앉은 식당들이 내놓는 음식의 수준이란 게 거기서 거기다. 영 수저가 안 간다. 저렴하단 이유로 위생도 엉망이다. 조용히 밥 먹고 싶은데 주인이 옆에서 꼬치꼬치 말까지 건다. 그럼에도 이 주변에 밥 먹을 곳은 이 재래시장뿐이다. 어쩔 수 없이 손님들은 한 끼 배를 채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우리주변 흔한 골목식당들이다.
이 재래시장 한편에 떡 하니 포장마차가 하나 생겼다. 모던한 인테리어에 음식도 맛깔난다. 키오스크(무인주문기계)로 주문하니 점원과 말 섞을 일도 없다. 무슨 음식을 주문해도 금세 척척 내준다. 늘 손님들로 바글댄다. 11명 식탁에 1명이 앉는 것이 야릇하지만.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울개인택시 비상대책위원회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타다 처벌 및 국회의 타다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0.03.03 kilroy023@newspim.com |
그런데 임대료는 안 낸다. 아니 못 내겠다고 한다. 자신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음식을 내놓으니 임대료를 안 내도 된다고 한다.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혁신 포장마차니 권리금도 임대료도 요구하지 말라 한다. 옆에 다른 가게들처럼 꼬박꼬박 월세를 내라니 혁신을 가로막느냐 항변한다. 혁신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얘기다.
지난 6일 국회가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말이 금지지, 타다도 택시영업을 하려면 면허를 취득하거나 월 40만원의 면허비를 내라는 법이다.
많은 이용자들이 잘 체감하지 못 하지만 택시는 공공서비스다. 국가에서 요금을 책정한다. 일정시간 운행해야 되고 탑승거부도 안 된다. 한 명 손님에게도 4인 좌석을 내줘야 한다. 그게 옳은지는 의문이지만 어쨌건 그렇게 운영돼 왔다. 면허 개수를 국가가 제한하고 대신 가격을 함부로 올리지 못하게 규율했다.
이 공공서비스 시장에 한 청년 사업가가 혁신적 포장마차를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정부에서 허가가 났다며 사방에서 돈도 끌어들였다. 당연히 주변 식당들이 이 포장마차 때문에 손님이 줄었다며 항의했다. 정부는 이 포장마차에게 '너네도 영업을 하려면 공평하게 임대료를 내라'고 한다. 그러자 포장마차 주인은 드러누웠다. 2년 동안 키오스크를 개발했다고. 청춘을 받쳤다고. 키오스크를 쓰니 식당이 아니라고.
혁신은 남들과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해야 한다. 특혜를 요구하면 안 된다. 본인들은 다른 출발선에서 뛰겠다고 하면 곤란하다. 진정한 혁신이라면 남들과 똑같이 임대료를 내고도 이익이 나아 한다. 혁신적 포장마차라 손님이 줄을 선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임대료 내라하니 옆에 식당들은 불결하다는 건 대체 무슨 논리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연하게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겠다는게 놀라울 뿐이다. 참고로 타다를 제외한 다른 7개 플랫폼택시 업체는 이 법안에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여객자동차법 위반 혐의를 받는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와 모 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2.10 pangbin@newspim.com |
물론 국토교통부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혁신이란 단어에 매료돼 혹은 자신의 승진에 도움이 될까 싶어 불법 포장마차를 혁신이란 이름으로 허가했다. 본인들도 찔렸는지 법을 개정하며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줬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경진 의원은 "이 지경까지 사태를 끌고 온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디 사과뿐인가. 엉뚱한 유권해석을 한 정부가 타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온당하다.
하지만 이게 끝일 수 없다. 이미 소비자들은 타다를 경험했다. 쾌적한 택시를 타고 싶은 소비자의 욕망을 외면할 수 없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언제까지 냄새나는 택시를 내밀 텐가.
세금을 들여서라도 오래된 가게들을 문 닫게 하고 자유경쟁시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매년 천대의 택시 면허를 매입하는 것으로는 수십 년이 걸려도 요원하다. 국토부는 본인들의 정책실패를 국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경쟁시장으로 전환하는데 세금을 쓸 수밖에 없음을 고백해야 한다.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