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조직적 차원 부당 노동행위 없었다"
"위법 압수수색에 의한 증거 수집, 탄핵돼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1심에서 삼성그룹 주요 임원들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던 이른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이 2심 재판에 돌입했다. 이상훈(65)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삼성 그룹과 계열사 전·현직 임원들은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호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배준현 부장판사)는 오후 2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전 의장 등 32명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활동 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왼쪽부터),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17 mironj19@newspim.com |
이 전 의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 사이의 수당 미지급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 것인데 정치·사회 이슈로 비화돼 삼성전자가 끌려들어 간 것"이라며 "삼성그룹이 일련의 부당 노동행위를 조직적으로 주도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부당 노동행위와 관련해 실형이 선고된 사안과 비교하면 이 사건은 상대적으로 죄질이 경미한 노조 탈퇴 종용이나 단체 교섭 지연 등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며 "용역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어용노조를 설립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삼성전자서비스는 8700명에 이르는 수리기사를 직접 고용하면서 분쟁의 단초가 된 노사 갈등 요소를 원칙적으로 해소했다"며 "이를 감형 요소로 전혀 참작하지 않고 형량을 지나치게 무겁게 판결한 것에 대해 피고인들은 가장 납득하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또 삼성전자서비스는 노동조합법 위반죄의 주체인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로 평가할 주체가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폐업은 합의가 필수라는 점에서 협력업체 대표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으로 그 과정을 인식했다는 정도만으로 공모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특히 피고인들은 항소심에서도 검찰의 위법 수집 증거능력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툴 것을 예고했다. 변호인은 "헌법 영장주의에 따라 범죄 사실과 관련이 있는 전자파일만 선별해야 함에도 다스(DAS) 사건과 무관한 저장매체를 원본으로 반출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진행된 2차, 3차 압수수색도 위법하므로 검찰이 획득한 증거는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수가 많고 쟁점이 복잡한 점, 항소심에 이르러 양측에서 새로 신청하는 증거와 증인이 발생한 점, 효율적인 향후 심리계획 설립 필요성 등을 감안해 다음 기일은 준비기일 절차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피고인 측이 문제 삼은 위법 압수수색에 관한 증거 능력 문제에 대해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본격적인 증거 조사에 앞서 이 문제를 먼저 심리할 방침이다.
앞서 이 전 의장과 강경훈(56)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1심 선고기일에서 각각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밖에도 목장균(56)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1년, 최모(58) 삼성전자서비스 전무는 징역 1년 2월, 박상범(63)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는 징역 1년 6월 선고받았다. 뇌물을 받고 이들을 도운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 김모(62) 씨에게는 징역 3년 및 벌금 5000만원, 추징금 3188여만원으로 가장 무거운 형이 선고됐다. 이들 네 명도 모두 법정구속했다.
반면 가담 정도가 약한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 등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속을 피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은 벌금 7400만원을 선고받았다. 삼성전자 법인과 일부 직원, 하청업체 대표들에게는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이를 와해하려는 이른바 '그린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종합 상황실을 꾸리고 신속대응팀도 설치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사망 노조원 염호석 씨 시신 탈취 사건 개입 ▲'삼성 관리'를 빙자한 개별 면담 등으로 노조 탈퇴 종용 ▲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임금삭감 등 불이익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단체교섭 지연·불응 ▲채무 등 재산 관계, 결혼·임신 여부, 정치적 성향 등 조합원 사찰 등과 관련된 범죄사실도 있다고 봤다.
특히 이 전 의장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으로 재직해 노사업무를 총괄하면서 '흔들림 없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기조를 세우고 각 계열사가 추진하는 노사 정책을 지휘·감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전 의장 등에 대한 다음 재판은 이달 23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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