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전 에버랜드 전무도 실형…법정구속은 피해
재판부 "삼성 미래전략실 통한 조직적인 노조방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삼성 에버랜드 노동조합 와해 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심에서 징역 1년 4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법정구속은 면했다. 아울러 함께 기소된 이모 전 에버랜드 전무도 징역 10월을 선고받았지만 구속되지는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3일 오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강 부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삼성그룹 및 에버랜드 임직원 13명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에버랜드 노조 와해 혐의를 받고 있는 강경훈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12.19 mironj19@newspim.com |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2011년 복수노조 제도 허용이라는 상황 변화에 맞춰 에버랜드 내 노조 설립을 막고 노조 활동의 무력화를 위해 미래전략실 인력을 동원, 조직적으로 계획을 세웠다"며 "삼성의 비노조경영 목적 아래 에버랜드 내 비상상황실을 설치해 계획을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상당기간 노조원을 감시하면서 사생활 등 비밀을 빼내고, 징계사유를 억지로 찾아내 회사에서 내쫓으려 하거나 급여를 깎는 등 압박을 가했다"며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은 회사 내에서 적대시되고 인권을 존중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강 부사장에 대해 "삼성 미래전략실 소속 임원으로 근무할 당시 노사업무를 총괄하면서 사실상 범행을 지휘했다"며 "그룹노사전략 문건을 통해 평상시·비상시 각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자 노조 와해 전략을 실행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세부적인 실행방법까지 직접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실형을 선고했지만 방어권 보장을 위해 구속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에버랜드 인사총괄임원으로 근무하며 구체적인 노조 와해 방안을 주도한 이 전 전무에 대해서는 노조원 징계 등 범행 전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날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삼성그룹 및 에버랜드 임직원 10명은 각 징역 6월~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범행을 인정한 협력업체 담당자에게는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반헌법적이고 조직적인 죄책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엄히 경고할 수 있도록 엄중한 사법적 판단을 내려달라"며 "강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피고인들에 대해 징역형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노조원들에 대한 징계는 정당한 징계사유가 있었고, 이후에도 노조는 활발하게 활동 했기 때문에 노조 업무방해가 아니다"라고 주장해왔다. 다만 일부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삼성의 비노조경영 방침에 따라 에버랜드 내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조장희 삼성물산 노조 부지회장 등 핵심 노조원 3명에 대해 징계 처리하는 등 노조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과 그 주변인들을 감시하고 동향을 파악해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하는 등 개인정보 226건을 무단으로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전자계열사 임직원들의 개인정보 205건을 당사자 동의 없이 공유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에버랜드 노조 설립신고·노조원 교육·단체교섭·임금협약 체결 등에 관여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한편 강 부사장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을 방해한 혐의로도 기소돼 같은 법원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에서 재판을 받고 오는 1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강 부사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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