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IPO시장 급랭 등 악재 변수 속출
IPO 일정 틀어지면 경영전략 일부 수정해야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당초 이르면 올 하반기로 예상됐던 카카오뱅크의 기업공개(IPO)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한 국내 증시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부담에서다. 카카오뱅크가 IPO 시장에서 '대어'로 꼽히지만 '제값'을 평가받지 못할 경우 무리한 IPO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카카오뱅크 CI=카카오뱅크> |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중에 주식시장 상장을 계획했던 카카오뱅크 계획에 일부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이 폭락함에 따라 상장을 준비해온 기업 3~4곳이 IPO를 철회한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IPO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에 장기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 하반기냐 내년 상반기냐 구체적 시점은 미정이다"면서도 "계획대로 IPO를 추진할 방침이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IPO를 통해 자본을 확충 후 본격적으로 혁신을 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계획이었지만 최근 주식시장 상황이 급변한 만큼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은행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본금을 IPO를 통해 조달할 경우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한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카카오라는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최대 주주로 둔 만큼 상장 시 큰 흥행을 거둘 것으로 내다본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출범 3년만인 지난해 137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점도 IPO에 긍정적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견고한 이자 순익 증가와 수수료 수입 확대에 따른 비이자수익 적자 폭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시장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국내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며 IPO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3월 초 2100선을 눈앞에 뒀던 코스피 지수는 코로나19 사태에 7년 8개월 만에 최저치인 1700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편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호텔롯데, 현대카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이른바 IPO 대어의 상장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IPO 시장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폭락한 상황에서는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며 "경쟁사들의 주가가 이미 많이 빠진 상황에 제값을 쳐달라고 하는 것 자체에 투자자들에게 부담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카카오뱅크가 IPO 밸류에이션에서 다른 경쟁사(금융지주 및 은행)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편 시장 상황에 의해 IPO 일정이 늦어질 경우 카카오뱅크의 경영전략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최대 주주로 등극한 카카오와 IPO 등을 통해 '실탄'을 대거 확보하고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었다. 원활한 자본 조달을 통해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등 공격적 영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IPO 시기가 예상보다 많이 늦춰질 경우 경영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카카오뱅크가 아무리 대어급 기업이라고 해도 가치평가가 어려운 현재 주식시장 상황에서는 IPO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