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충격이 금융시장 전반에 대규모 유동성 위기를 일으키고 있다는 경고가 나와 주목된다.
다우존스 지수가 2만선 아래로 내리 꽂힌 가운데 주가지수 선물은 물론이고 외환시장과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채까지 거래가 마비됐다는 얘기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경기 침체 리스크 속에 현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기관들이 시장에서 발을 뺀 데 따른결과로, 금융시스템이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자산운용사 투엔티포 애셋 매니지먼트의 트레이더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중인 30년 만기 미국 국채 물량의 일부 매도에 나섰다가 쓴 맛을 봤다.
3개 은행에 매도 호가 제시를 요청했지만 이들 모두 거절한 것. 정상적인 호가를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장기물 국채조차 거래가 막힌 상황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된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여건이 크게 악화된 데다 변동성이 크게 치솟으면서 극심한 유동성 위기가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가 막힌 가운데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일례로, 미국 최대 석유업체인 엑손모빌의 회사채 프리미엄이 최근 한 주 사이 100만달러 당 2500달러에서 2만5000달러로 10배 뛰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등급인 BBB 대비 투기등급 BB 회사채의 수익률 프리미엄이 연초 38bp(1bp=0.01%포인트)에서 최근 345bp까지 치솟았다.
상황은 주가지수 선물 시장도 마찬가지. 업계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S&P500 지수 선물 시장의 평균 '깊이'가 지난 2월 중순 이후 90% 이상 폭락했다.
이는 유리한 가격에 지수를 매매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얘기다. 주가 폭락과 월가의 공포지수 CBOE 변동성 지수(VIX)가 최근 80선까지 치솟으며 패닉을 일으킨 결과다.
외환시장도 유동성 실종의 예외가 아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주요국 통화의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가 코로나19 강타 이전 6개월 평균치에 비해 세 배 뛰었다.
바이러스가 주요 투자은행(IB) 업체와 뉴욕증권거래소 플로어까지 침범, 트레이더와 마켓 메이커들의 활동이 크게 제한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리스크를 감내하고 매매에 뛰어드는 트레이더가 없지 않지만 거래 상대방이 복지부동하고 있어 시장이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글로벌 매크로 전략 헤드는 FT와 인터뷰에서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유동성 경색이 심각하다"며 "전례를 찾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더블라인의 모니타 에릭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채권시장의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다"며 "자금을 손에 쥔 금융권이 매매에 나서지 않으면서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증발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월가의 한 트레이더 역시 "유동성을 크게 늘린 은행들이 이를 순환시키지 않고 있어 시장 혼란이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전방위 자산 매입과 유동성 공급이 유동성 위기를 일정 부분 진화시킬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날 연준은 기존에 시행중인 장단기 국채와 모기지 증권 매입을 무제한 확대하는 한편 상업용 모기지담보부증권과 회사채 및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소위 'QE(양적완화) 인피니티'를 선포했다.
이와 함께 정책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시행했던 기간자산유동화증권대출(TALF)를 재가동하는 한편 기업과 가계에 3000억달러 규모의 신용을 지원하는 등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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