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이어 중견기업까지...잇단 면세사업 철수
출혈경쟁에 코로나까지 겹악재...2분기 실적도 30% ↓ 예상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면세사업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한화·두산 등 대기업에 이어 중견기업까지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자진 반납하고 중도 포기를 선언하면서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항공기 운항 횟수도 크게 줄면서 관광객과 고객 수요도 급감했다. 1분기 매출이 30% 가까이 빠지면서 높은 임대료도 내지 못할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2분기도 앞날이 캄캄하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어 면세점들의 고민이 깊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지난 3월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면세구역이 줄어든 여행객들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02 mironj19@newspim.com |
◆ 대기업에 이어 중견기업까지...잇단 면세사업 철수
2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와 두산그룹이 시내면세점 사업에서 철수한 데 이어 올해 탑시티면세점과 SM면세점도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을 접었다.
중견기업인 SM면세점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서울 시내면세점인 서울점의 특허권 반납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SM면세점은 지난 5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찰도 포기한 바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임대료 지원에서도 제외돼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꺼졌기 때문이다. 김태훈 SM면세점 대표이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입·출국객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제한된 지원 정책으로 누적된 적자와 향후 코로나 19 후유증으로 중장기적인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SM면세점은 지난 3년간 6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또한 정부는 지난달 인천공항 임대료를 6개월간 20~35% 깎아주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지원 대상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으로 한정돼 대기업인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과 중견기업인 SM면세점은 제외됐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은 한 달 매출이 평소 2000억원이지만 이달 매출은 400억원으로 평소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임대료는 800억원 수준으로 같다. 이달 면세 사업자들은 월 매출액의 2배를 임대료로 내야 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동대문 두타면세점 [자료=두산] |
한화갤러리아·두산의 두타면세점, 탑시티면세점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손을 뗐다. 한화갤러리아와 두산은 면세사업으로 각각 1300억원, 90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사업 철수에 따른 여진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상장폐지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 반발이 거세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 6일 일부 주주로부터 주식교환 무효소송을 당했다고 공시했다. 주주들이 한화갤러리아와 갤러리아타임월드간 포괄적 주식교환이 무효라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현재까지 소액주주와 진행 중인 집단소송 건수는 모두 4건이다.
◆출혈경쟁에 코로나까지 겹악재...2분기 실적 '암담'
면세사업은 이미 출혈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면세점 시장은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의 의존도가 높다. 면세점들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송객수수료를 지급한다. 송객수수료는 전체 매출의 30~40%를 차지한다. 송객수수료뿐 아니라 출혈경쟁으로 인해 과다한 마케팅 비용도 실적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 와중에 올해 들어 코로나 사태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현재 매출이 곤두박질 치고 있어 암담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현재 면세점들은 확진자가 다녀간 매장은 임시 휴점을 하고 인천공항 내 면세점은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은 휴점에 들어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편이 급감한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도착 항공기는 0편, 이용객 또한 0명을 기록했다. 2020.03.09 mironj19@newspim.com |
증권가에서는 1분기(1~3월)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은 30% 가까이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1분기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에 그친 약 25조500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업체별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시간이 갈수록 매출 감소 폭은 커지는 양상이다. 신라면세점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달 매출은 40% 줄어들었다. 이달 들어서는 시내와 공항면세점 매출이 70%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도 1분기 매출은 30%가량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달 들어서는 매출이 아예 50%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2분기 전망도 어둡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실적에 발목이 잡혔다. 특히 국가간 입출 제한에 제동이 걸리면서 중국 등 해외 관광객이 크게 급감했다. 한국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180곳으로 늘었다. 게다가 외출을 꺼리는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도 뜸하다.
앞으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2분기 매출 회복도 기대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가장 관건이다. 유럽·미국 등 해외에서 코로나가 확산세에 있다. 면세점 매출 비중은 외국인들이 높다"며 "하지만 외국인이 한국을 찾지 않다보니 2분기에도 매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드 때 실적이 회복되기까지 1년이 걸렸다. 정상화되기까지는 1년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면세점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30~40% 수준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