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 종결-재판 재개 반복…1년 4개월만에 마무리
이 전 차장 "지위상 책임 통감…억울한 점도 있어"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의 1심 재판이 1년 4개월 만에 종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김창형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10시 30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등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장의 심리를 결심공판으로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야권 인사 및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 혐의를 받고 있는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지난 2018년 5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05.30 leehs@newspim.com |
법원은 이날 재판부 구성 변경에 따른 공판 갱신 절차를 진행했지만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등 필요한 심리 절차가 이미 마무리됐고 양측이 요청하는 추가 절차가 없는 관계로 공판을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지난번 진행된 결심공판에서와 동일하게 형을 선고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검찰은 올해 1월 1심 결심공판에서 이 전 차장에게 징역 5년에 자격정지 3년 및 추징금 6억35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 전 차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자신이 3차장으로 재직할 당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사회적·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일관된 입장을 피력해왔다"며 "하지만 범죄사실은 모두 피고인을 건너뛰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대북공작국장 사이에서 이뤄져 적극적으로 순차 공모했다는 부분은 구별해서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사업 등 일련의 사건들은 피고인이 (3차장으로) 오기 전 일들이다"며 "예산 집행 계획서의 서명도 절차상 필요하다고 해서 한 것이지 실제 돈을 보거나 사용된 내역을 안 사실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이 전 차장은 최후진술에서 "3차장의 지위에 있던 자로서 어쨌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억울한 점도 있지만 재판장의 현명한 판단에 따라 선처를 바랄 뿐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없다"고 말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은 "북한이 우리 측 고위인사를 접촉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통상의 업무였을 뿐 미행·감시를 목적으로 임무를 지시하거나 실제 수행한 것이 아니다"며 "다만 목숨을 걸고 공작 업무를 수행한 직원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잘못으로 여겨지게된 상황이 참을 수 없이 가슴 아픈 심정이다"고 전했다.
앞서 이 전 차장 등의 재판은 지난해 5월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법원 결정에 따라 속행과 종결이 반복돼 왔다. 새 재판부가 이날 더 이상 심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들의 재판은 약 1년 반 만에 심리를 마무리 짓고 첫 번째 사법 판단을 맞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원 전 원장과 공모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권양숙 여사의 해외 방문을 미행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배우 문성근 씨의 개인 컴퓨터를 해킹하는 등 야권 인사를 불법 사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이 전 차장은 대북공작금의 일종인 가장체 수익금을 '데이비슨 사업'(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 사업)과 '연어 사업'(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금품수수 의혹 관련자의 국내 송환 사업) 등에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차장 등의 1심 선고기일은 4월 2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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