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美호텔 15곳 인수 불발 소문 무성
아시아나항공도 가치 하락하며 인수 지연
[서울=뉴스핌] 전선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미래에셋그룹이 추진 중인 대규모 투자금융(IB) 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투자 물건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IB업계에서는 미레에셋이 진행중인 '7조원 규모의 미국 호텔인수'와 '2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상당기간 지연되거나, 불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코로나19로 호텔업 불황 예상돼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7조원(58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최고급 호텔 15곳 인수자금 조달 및 납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700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지불한 상태며,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서너 개 IB들과 담보대출 등 자금조달 협의를 진행 중이다.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 전경 [사진=미래에셋대우] |
미래에셋은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내 호텔과 리조트 15곳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대상은 뉴욕, 시카코,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 9곳에 있는 호텔과 리조트다.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대우 등 미래에셋금융그룹 내 자금으로 18억 달러를 충당하고 나머지 40억 달러는 현지 IB로부터 담보대출로 충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변수가 발생했다. 코로나19로 미국의 호텔업계가 불황을 맞으면서 호텔에 대한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호텔업계는 영업 난으로 인해 구조조정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리어트는 미국 내 고용인원 13만 명중 일부가 무급휴가에 들어갔고, 힐튼도 워싱턴DC의 캐피털힐튼 등 일부 호텔의 영업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IB업계에서는 기업가치가 떨어진 만큼, 계획했던 자금조달이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호텔업의 경우 불황이 눈에 불 보듯 훤한 상황"이라며 "호텔업이 다시 살아나려면 단시간은 안 되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가치가 떨어진 만큼, 담보인정비율(LTV‧담보물 가치와 대출 상한 사이 비율)도 나오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기자본(에쿼티)을 더 넣어야 하는데 그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미뤄질 가능성이 있고, 심각하게는 불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래에셋은 현재 금리 인하가 이뤄지는 등 오히려 자금조달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까지 미국호텔 인수에 대해 지연된 상황은 전혀 없다"며 "애초 상반기까지 완료가 예정돼 있었고, 골드만삭스를 포함해 다른 IB은행들과의 협상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현재 코로나19로 금리가 낮아져 자금조달이 더 용이한 상황"이라며 "지연되면 도리 수록 우리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아시아나, 인수 연기...투자금 회수 가능성 고개
미래에셋의 또 다른 대규모 투자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코로나19에 영향을 받으며 연기될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말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아시아사항공을 인수키로 했다. 인수금액은 2조5000억원 규모다.
[사진=아시아나항공] |
전체 인수금액 중 HDC현대산업개발은 2조101억원을 투자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약 61.5%를 확보하고,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미래에셋대우는 4899억원을 부담해 약 15%의 지분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 일정이 연기되며 상황이 급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정정공시를 통해 이달 7일로 예정됐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계약서상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부터 10일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한 날'로 변경했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7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4700억원을 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IB업계는 '컨소시엄 측이 인수에 대한 의사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연초 대비 60% 수준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시가총액은 약 7500억원 규모다. HDC현대산업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에 애초 지불하려던 인수가 2조5000억원의 3분의 1수준이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태는 더욱 악화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매출액 5조9538억원, 영업손실 368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매출은 4.0% 감소했고, 영업 적자폭은 확대됐다. 부채비율은 1300%가 넘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면 자연스럽게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시간도 늦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이나 미래에셋대우 쪽에서 딜을 깨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마음이 급한 것은 산업은행일 것이다.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다양한 쿠폰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