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대구은행, '코로나19' '이사회 변경' 등 사유 들어
키코, 윤석헌 금감원장 역점사업…분쟁조정 강제성도 없어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은행권이 '키코(KIKO) 배상안' 수용여부 결정을 네 번째 미뤘다. 금융감독원이 이번에도 은행권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신한은행, 하나은행, DGB대구은행의 요청에 따라 이날 '키코 배상안' 수용시한을 네 번째 연장해줬다. 그 동안 금감원이 분쟁조정 수용시한 연장 요청을 두 차례 정도 허용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흔한 상황은 아니다. 이에 따라 이들 세 은행에 주어진 결정 시한은 다음달 6일까지로 다시 연장됐다.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2020.03.06 milpark@newspim.com |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키코 피해기업 4곳에 대한 배상비율을 15~41%, 총 배상액을 255억원으로 결정했다. 은행별로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등이다. 이중 우리은행만 지난 2월 키코 배상을 완료했고, 한국씨티은행과 산업은행은 지난달 배상안을 불수용하기로 했다.
결정이 남은 곳은 신한은행, 하나은행, DGB대구은행 세 곳이다. 이들은 이날 "최근 이사회 구성원 변경,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키코 배상안 관련) 논의가 부족했다"고 금감원에 사유서를 냈다.
◆ 금감원, 끝없는 수용…왜?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신한, 하나, DGB대구은행이 밝힌 사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보다, '배임' 혐의를 우려한 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에도 금감원에 "이사회 미개최"(신한), "추가 검토 필요"(하나), "코로나19로 논의 불가"(대구) 등 이번과 비슷한 이유로 각각 키코 배상안 수용시한 재연장을 요청했다. 사실상 '거부'로 가닥이 잡혔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은행들은 키코 사건이 불완전판매만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로 마무리됐고(2013년 대법원), 소멸시효도 지나 배상시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난색을 표해왔다.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시효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10년이나 기업이 문제를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다. 키코 계약은 2007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체결됐다.
금감원이 은행들의 연장 요청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분쟁조정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즉 은행이 배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피해기업이 배상을 받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금감원으로서는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의 요청을 계속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키코는 윤 원장의 역점사업이기도 하다. 윤 원장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키코 분쟁조정을 올해의 성과로 치켜세우면서 "키코를 분쟁조정 아젠다로 올린 것은 나름대로 잘했다고 생각한다. 은행들과 협조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금감원으로서도 키코를 윤 원장의 '성과'로 남기려면, 어떻게든 은행의 수용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사태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금융권에서 윤석헌 원장에 대해 키코 외에 성과가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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