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당 "공수처장 추천 문제 걸려있어 당장 민주당 합당 어려워"
한국당 "시민당 상황 지켜본 뒤 통합당 합류 여부 결정"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거대 양당의 '제2원내교섭단체' 구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누가 먼저 칼을 뽑냐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더불어시민당 핵심 관계자는 17일 오전 기자와 한 통화에서 "총선 후 민주당과 바로 합당하려 했으나 지금 다른 생각을 하는 분위기"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 문제가 남아 있다. 공수처장 추천 할 때 야당 교섭단체 몫이 있지 않나"라며 독자 교섭단체를 꾸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장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공수처장 임명을 놓고 첨예한 여야 갈등이 예상된다. 공수처장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등 당연직 3명과 여당 추천위원 2명, 야당 추천위원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6명 이상 찬성하면 공수처장 임명안을 의결한다. 공수처장 임명권을 확보하거나 제지하기 위해선 야당 추천몫을 누가 가져가냐가 관건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제2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야당에 '든든한 우군'을 둘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시민당은 17석을 확보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20석)을 충족하려면 3석이 더 필요하다. 이에 열린민주당(3석)과 연합하거나 모(母)당인 민주당 의원을 이적시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현재로선 열린민주당과 연합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에선 더 이상 시민당으로 이적할 사람이 없다. 3석 밖에 얻지못한 열리민주당이 독자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4.17 mironj19@newspim.com |
그는 "더불어시민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경우 국회 개원 전 (교섭단체로) 등록해 원구성 협상부터 같이 하는 게 낫다"고 봤다. 여야는 4월 임시국회가 끝난 직후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 들어간다. 21대 국회는 내달 30일부터 시작된다.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도 전날 독자정당 유지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은 열려있다. 민주당과 협의할 부분"이라며 여지를 남겨뒀다.
미래한국당 역시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염동열 미래한국당 의원은 이날 뉴스핌과 한 통화에서 원내교섭단체론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며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 검토해서 살펴보겠다"고 했다.
결국 거대 양당의 제2교섭단체 구성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양쪽 모두 '비례정당 독자 교섭단체' 구성은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이면서도 누가 먼저 하냐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시민당의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먼저 할 얘기는 아니다. 미래한국당이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고 했다.
염 의원 역시 "21대 국회 원구성, 더불어시민당 상황 등을 참고해 (통합당) 합류 시기를 종합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범여권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민주당으로선 제2교섭단체를 구성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이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앞서 더불어시민당은 4·15 총선을 치른 뒤 해산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각 정당에서 배출된 비례대표 의원들은 자당으로 돌아가고 플랫폼정당은 해산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 참여 문제로 이미 한 차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시민당 관계자는 "시민당 해산을 약속하고 이번 선거에서 지지를 받았는데 이제 와서 '(독자정당으로) 남겠다'고 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 교섭단체를 만들기 위해 민주당 의원을 또 시민당에 이적하는 것도 어렵다"며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빠른 시일 내 만나 중지를 모으지 않겠나"라고 봤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선대위 해단식에서 "시민당은 연합정당이기에 소수정파와 당선자들은 약속한 대로 본인의 뜻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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