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하나은행 잠정중단, 원화 자본시장 경색
'신예대율 규제' 충족 어려워…시장 안정화되야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은행권의 원화 커버드본드(Covered Bond·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이 코로나19 탓에 잠정 중단됐다. 원화 커버드본드는 금융당국의 유인책에 힘입어 올해 시행되는 '신(新)예대율' 규제 대응책으로 은행이 선택한 자금 조달수단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이 4월 들어 추진한 첫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 절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중단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펜딩(미정) 상태"라며 "코로나19로 채권 발행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 같다. 금리가 안정화됐다는 판단이 들면 절차를 재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래 수협은행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중 3000억원 규모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통상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은 절차 착수 후 한 달 정도 소요되지만,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탓에 사실상 계획 이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발행 규모가 조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2020.04.22 milpark@newspim.com |
이러한 사정은 여타 은행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전언이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말 첫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려 했지만 기회를 다음으로 넘겼다. 아직은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다고 판단해 상황을 조금더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최대 2조원 규모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목표한 바 있다.
지난해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던 SC제일은행(작년 발행규모 8000억원), 우리은행(3000억원) 등도 올해 추가 발행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지만, 잠시 중단한 채 변동 상황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 은행 등 커버드본드 주요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코로나19 이후 약화된 탓이다.
커버드본드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주택담보대출, 국·공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5년 이상 장기 담보부채권을 말한다. 은행채, CD(양도성예금증서)처럼 금융시장에서 발행하는 은행의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다.
은행들이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나선 것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신예대율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예대율은 은행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대출금이 예수금의 100%를 넘으면 영업에 제한을 받는다. 신예대율 규제는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올리고, 기업대출 가중치를 15% 내린다. 예대율 상한선에 다다른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확대하거나, 예수금을 늘려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커버드본드는 예대율을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다. 금융당국이 커버드본드로 조달한 자금은 예수금의 1%까지 인정하기로 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채권 1회 발행으로 수천억원에서 1조원에 달하는 정기예금을 유치하는 셈이 됐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올해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 자체를 무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황만 좋아지면 절차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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