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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규 특파원의 금일중국] 우한 봉쇄 세달, 코로나19 터널 나온 중국 경제

기사입력 : 2020년04월23일 17:18

최종수정 : 2020년04월23일 17:32

아파트 봉쇄식 관리 주민 통제 점차 완화
산시성 방문 시진핑 주석 마스크 벗어
코로나19, 2월 초 피크 사실상 종식국면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아파트 단지 출입문 밖 양 옆 인도가 입추의 여지 없이 택배 물건으로 뒤덮혀 있다. 생수 박스와 채소 과일 부터 스마트폰, 페인트 통, 잡지책, 농구공, 티셔츠, 운동화, 베드민턴 라켓. 셀 수없이 다양한 일용 잡화가 마치 장터 처럼 쌓여있다. 택배회사 삼륜차 옆에서 직원은 열심히 주문 물건을 찾아 고객에게 건네준다. 사이 사이로 아파트 주민들은 '와이마이 샤오거(外卖 小哥, 택배기사)'들로 부터 배달 음식을 건네받는다. 소포를 올려놓는 무접촉 거치대도 눈에 띈다'.

코로나19가 어느날 갑자기 바꿔놓은 중국 도시 아파트 단지 출입문 앞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택배 물건이 놓여있던 인도 바로 옆 화단에는 잔뜩 쌓여던 눈 대신 지금 봄 꽃이 활짝 피어났다.이는 아마 훗날 2020년 초 중국 코로나19를 회상하게 될 때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를 장면이 될지도 모른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수도 우한(武汉)에서 2019년 12월 31일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4개월이 다 돼가고 있다. 중국 주요 도시들은 석달 전 1월23일 우한 봉쇄조치가 취해진 뒤 1월말과 2월 초 무렵 부터 아파트 단지에 대해 봉쇄식 관리에 들어갔다. 도시내 다른 집단 주거촌이나 농촌의 촌 마을도 일체 예외가 아니었다. 출입문 하나만 남겨놓고 너댓개 씩 되는 모든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가까운 친지는 물론 택배원과 수리공 가정부 과외교사 등 외부인 출입도 일절 금지시켰다. 본인이 사는 곳 외에는 어떤 아파트도 들어갈수 없게 됐다.

주민 출입 통제는 마치 군 부대 처럼 삼엄했고 사실상의 반 격리와 다름없는 이런 상황은 세달 가까이 지속돼 왔다. 주민들은 신분증과 출입증을 갖고 단지 출입문 밖에 나가 길바닥에 펼쳐져 있는 택배 물건중 자신의 주문 물건을 찾아와야 했다.

주문 배송 과정의 이런 불편들은 전자상거래 온라인 택배 영업에 철퇴를 가했다. 오프라인 도소매 상거래가 전면 중단되면서 온라인 영업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긴 했지만 기대에는 크게 못미쳤다. 실제 내수 판매가 크게 줄었고, 이는 1분기 성장률이 사상 최악인 마이너스 6.8%로 후퇴하는데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최근 베이징에서는 아파트 봉쇄식 관리가 완화, 택배 기사들의 단지내 출입이 조금씩 허용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4월 22일 중국 베이징의 한 아파트 단지 출입문 앞에 택배 소포 물건들이 인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2020.04.23 chk@newspim.com

이런 가운데 중국 코로나19 상황은 2월 초순을 고비로 점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한 봉쇄 조치가 취해진지 세달째인 4월 23일 0시 현재 중국 코로나19 누계 확진자는 8만 2798명, 사망자는 4632명을 기록했다. 해외 역유입을 중심으로 소수 환자가 발생할 뿐이다.

그사이 4월 8일에는 우한시 봉쇄를 76일 만에 해제했다.우한시와 후베이성 주민들이 베이징과 상하이 등 다른 도시로 이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2일 산시(陕西)성 시안(西安)을 고찰하면서 마스크를 벗었다. 중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종식됐음을 알리는 신호들이다.

후베이성 징저우(荆州)로 설쇠러 갔던 친구 천(陳)도 우한 봉쇄가 해제되던 날인 4워 8일 새벽 베이징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천 씨는 23일 14일 간의 격리가 풀려 이날 부터는 '자유의 몸'이 됐다고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다.

21일 오후 베이징 경제무역대학 인근 샤오야오쥐(芍药居)아파트 단지. 중국 지인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았는데 인적 사항을 기입하자 의외로 쉽게 단지내 진입이 허용됐다. 다른 아파트 단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우한 봉쇄 조치 이후 세달 만에 처음이다.

며칠전 베이징의 차오양(朝阳)구가 코로나19 최고 위험지구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왕징(望京)은 한국 교민 밀집지역이어서 베이징 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22일 부터 한국인이 많이 사는 D 아파트에도 택배 기사와 차량 출입이 허용되기 시작했다.

택배 기사의 문전 배송이 허용된 아파트 단지에선 출입문 양옆 인도 바닥에 깔린 소포들이 모습을 감추고 있다. 3개월 동안 아주 익숙했던 풍경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가전 수리공과 장식 업자, 가정부 출입이 허용되고 단지내 부동산 중개소나 식당 영업도 재개된다. 주민 생활 통제가 차츰 해제되면서 중국 경제에 봄기운이 스며들고 소비 경제도 막 기지개를 펴고 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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