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징역 7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 11일 2심 재판 시작
재판부 "입증취지 명확해야 채택"…25일부터 증인신문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공작에 관여하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불법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쌍방이 신청한 증인에 대해 부적절하다며 공방을 벌였다.
이에 재판부는 "1심에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입증취지가 명확한 증인만 채택하겠다"며 일부 증인에 대해서는 채택을 보류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과 민병환 전 국정원 2차장,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 국정원 간부들과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 11명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국정원의 MBC 장악 계획을 수립·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2018년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7.20 leehs@newspim.com |
이날 원 전 원장과 민 전 차장, 박 전 국장, 이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각각 항소심에서도 증인신문이 필요하다며 관련 증인들을 신청했다.
검찰은 일부 증인들에 대해 "1심에서 증인신문을 통한 진술이 있었고 1심 판결문에도 기재돼있다"며 "입증취지도 불분명해 어떤 공소사실을 탄핵할 것인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에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검사 입장에서는 유죄가 분명하니 더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심 마지막인 당심에서 원심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에 대해 물어볼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변호인에 이어 검찰도 국정원 서버 관련 직원과 사저 리모델링 실무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 측 증인에 대해 변호인도 "공범 사건에서 이미 증인신문이 있었고 1심에서 진술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던 부분을 다시 법정에서 현출시키려는 것으로 보여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합의 결과 사실심 마지막 절차이기 때문에 가급적 피고인 주장은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받아들일 생각"이라며 "보류한 증인들에 대해서는 입증취지를 명확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오후 다음 기일을 열고 별도로 증인을 신청하지 않은 차문희 전 국정원 2차장과 이동걸 전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 7명에 대한 변론을 분리해 종결할 계획이다. 또 변론 종결 절차에 이어 검찰 측 증인에 대한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원 전 원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반헌법적 행위로 정보기관의 위상과 신뢰를 실추시키고 안전보장의 가치를 훼손했다"며 "원장 재직 당시 활동으로 많은 직원들이 형사처벌에 처할 상황이 됐음에도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노총 분열공작 △MBC 방송 장악 △여론조작 등 정치관여 △호화 사저 리모델링 횡령 △MB정부 특수활동비 지원 △우편향 안보교육 △김대중·노무현 전직 대통령 뒷조사 등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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