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스 번호 공유하며 문서 집중 전송
양형위, 양형 기준 결정 연기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논의한 지난 18일 대법원 양형위 사무실에 마련된 팩스가 끊임없이 요동쳤다.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 처벌 기준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담긴 문서가 팩스로 집중된 것이다. 이날 하루 대법원 양형위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민원이 쏟아졌다.
19일 대법원 양형위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강화하라는 취지의 팩스 문서가 다수 접수됐다. 양형위는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기관이다. 양형위는 이날 △청소년 성보호법 제11조 아동 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의 양형인자, 집행유예 기준 논의 △'디지털 성범죄'군(명칭 미확정) 및 양형 기준안 의결 등을 논의했다.
이날 팩스 폭탄은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라는 이름의 집단은 SNS에 '대법원 양형위원회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팩스 총공'이라는 글을 올렸다. '디지털 성범죄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양형위 팩스 번호는 물론이고 팩스 집중 전송 시간이 해당 게시글에 담겼다. 메시지 전달에 혼선을 주지 않으려고 팩스 제목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력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엄정한 양형 기준 설정을 요구합니다'로 통일했다.
게시글은 SNS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됐고, 이날 하루 양형위에 팩스 보내기로 이어졌다. 양형위 관계자는 "팩스로 의견을 표시하자는 전단이 나돌았던 것 같고 거기에 (양형위) 팩스 번호가 적혀 있었다"며 "확인한 결과 상당히 많은 팩스 문서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지난 18일 소셜네트워크(SNS)에 공유된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 강화를 요청하는 게시글 [사진=한태희] 2020.05.19 ace@newspim.com |
하지만 집중적인 팩스 문서 보내기에도 이날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 강화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양형위는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성폭력처벌법 등을 반영해서 추후 양형 기준 강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형위는 "디지털 성범죄의 중요한 대유형 중 하나인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의 법정형이 상향되고 구성 요건이 신설되는 등의 법률 개정이 있었다"며 "이를 반영해 양형기준안을 마련하다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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