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통령 후보(러닝 메이트) 지명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올해 초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 과정에서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겠다"고 이미 약속했다. 여성 표심을 겨냥한 공약 발언이었지만 지금은 바이든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는 족쇄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민주당 경선 초반 탈락 위기에 몰려던 바이든을 구하고 대선 후보를 만들어 준 일등 공신인 '흑인 유권자 그룹'에선 '흑인 여성이 러닝 메이트가 돼야한다' 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선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자칫 백인 여성 후보를 지명했다간 흑인 유권자층의 실망과 분노를 자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지난 26일(현지시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다소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유색인 여성 러닝 메이트 후보들에 대해서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즉답은 피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민주당 경선주자인 에미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이 뉴햄프셔주 콩코드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2020.02.11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올해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꺽고 당선되고 싶다면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을 선택하라고 권고하는 사내 칼럼니스트 캐슬린 파커의 글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미네소타주의 최초 여성 상원의원인 클로버샤는 이번 민주당 경선에 출마 뛰어난 친화력과 연설 솜씨로 호평을 받았다. 최근 바이든 캠프측에서도 콜로버샤에게 인사 검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유력 후보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클로버샤는 백인 여성이어서 흑인 유권자 그룹의 반발이 변수다.
하지만 파커는 컬럼에서 "바이든은 여성, 소수계를 부통령 또 대법원 판사와 같은 고위직에 임명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에 갇힌 상태"라면서 "이같은 약속도 (대통령에) 당선돼야 지켜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P의 칼럼은 이어 유력 흑인 여성 러닝 메이트 후보로 거론되는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굳이 부통령이 아니라도 최초의 미국 흑인 대법관 후보로 추천하는아이디어도 제시했다. 해리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가장 강력히 비판했던 점도 러닝 메이트로는 부적절하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칼럼은 흑인 유권자 그룹의 지지가 많은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전 조지아주 하원의장에 대해서도 '불가' 입장을 밝혔다. 에이브럼스는 본인 스스로 '부통령 후보가 되고 싶다'며 밝힐 정도로 적극적이다. 하지만 WP는 에이브럼스가 훌륭한 인재이지만 경륜이 아직 부족하고, 주지사 선거 불복 경력 등으로 거부감을 갖는 유권자도 많다며 적임자가 아니라고 지적해왔다.
미국의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 조 바이든 부부가 메모리얼데이를 맞아 헌화를 하고 있다. 2020.05.26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반면 WP는 클로버샤는 미네소타주와 같은 미 중서부 지역 대선 승부처에서 승리를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밖에 올해 60세로 활기찬 클로버샤가 78세로 비교적 고령인 바이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클로버샤 의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과 비슷한 '중도파'여서 민주당 안팎이 진보 그룹의 반발도 변수 거론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WP 칼럼은 올해 대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리하려면 소수파보다 훨씬 더 넒은 중도층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진보 그룹의 눈치를 보지 말고 과감하게 중도파 표심을 파고드는 결정을 하라는 조언인 셈이다. 이 컬럼은 "승리가 목표라면, 그녀(클로버샤)가 바이든의 최선의 베팅"이라며 끝을 맺었다.
11월 대선 필승 카드를 고르기 위한 '장고'에 들어간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