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28일 '대작 논란' 조영남 상고심 공개변론
"조수 사용은 관행, 숨긴 적 없다" vs "도움 아닌 '대작'은 사기"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그림 '대작' 논란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수 조영남(75) 씨가 "결백을 알아 달라"며 법정에서 눈물을 훔쳤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대작(代作) 작가 기용 관련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공개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2020.05.28 kilroy023@newspim.com |
조 씨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자신의 사기 혐의 상고심 공개변론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이런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조 씨는 "고등학교 때 미술부장을 지냈을 만큼 미술을 좋아했고 50년 넘게 미술, 특히 현대미술을 독학으로 연구한 끝에 40차례 전시회를 열면서 어느덧 화투를 그리는 화가로 알려지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제가 화투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세계적으로 이름 난 팝아트(Pop Art)의 선구자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코카콜라를 있는 그대로 그려 크게 성공한 것에 착안, 우리 국민에게 가장 대중적 놀잇감인 화투를 찾아내 그걸 팝아트로 옮겨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씨는 자신이 조수들을 활용해 작품을 창작했다는 사실을 숨긴 적이 없다는 취지로 "세밀한 화투를 그리면서 조수도 기용하게 됐고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텔레비전(TV)으로도 보여 주었다"며 "저의 작업 방식을 누구에게나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술은 아무런 규칙이나 방식이 없다"며 "저의 미술은 개념 미술에 가깝기 때문에 그림을 잘 그리느냐, 못 그리느냐 논란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은 인생을 갈고 다듬어 사회에 보탬되는 참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어르신들이 옛날부터 화투를 갖고 놀면 패가망신한다고 했는데 제가 너무 오랫동안 화투를 갖고 놀았나 보다"라며 울먹였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검찰과 조 씨 측 변호인단은 조 씨가 조수를 기용해 그린 그림을 판매한 행위가 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미술계 전문가를 각각 불러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법정에 나선 신제남 한국전업미술과협회 자문위원장은 "화가가 조수를 사용해 작품을 그리는 관행은 없다.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창작자의 의무이자 상식"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유명 작가들이 조수를 쓰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 조수가 있다는 사실을 다 밝히고 조수가 그림을 다 그려주는 경우는 없다"며 "조 씨는 조수가 완성한 작품에 덧칠만 해서 자신이 그린 작품이라고 쇼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검찰 역시 조 씨가 조수를 사용해 일부 작품 완성에 도움을 받은 수준이 아니라 다른 작가가 작품 대부분을 완성해 '대작'에 해당하는 데도 자신이 그림을 직접 그린 것처럼 속여 그림을 판매한 행위는 '사기'라고 거듭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권순일 대법관(왼쪽 두번째)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가수 조영남 '그림 대작(代作) 작가 기용' 사건 공개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2020.05.28 kilroy023@newspim.com |
반면 조 씨 측 참고인으로 나선 조미선 전 한국화랑협회장은 "많은 작가들이 조수를 사용해 작품을 완성하기도 한다"며 "팝아트 등 현대미술의 경우 작가의 철학이나 개념, 아이디어 등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하면 조수를 쓸 수도 있다"고 맞섰다.
조 씨 측 변호인단도 "조수를 사용하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고 조 씨는 조수 작업사실을 숨길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현대미술의 본질은 많이 달라졌는데도 단순히 그림을 그린다는 전통적 회화의 개념으로만 이 사건을 판단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조 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화가 송모 씨 등이 그린 그림을 넘겨받아 덧칠과 서명을 한 뒤 판매해 1억8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 됐으나 2심은 조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