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신사업 일석이조"
벤처 투자 수익성은 '아직'..."장기적 관점서 접근해야"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1. 아이를 눕히지 않고 기저귀를 갈아입힐 수 있도록 만든 한 스타트업이 최근 특허를 출원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롯데그룹 사내벤처 공모전을 통해 탄생한 1호 사내벤처 '대디포베베'가 바로 그 주인공. 한 직원의 아이디어가 스타트업 설립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다.
#2. 온라인 편집숍 '29CM'을 운영하는 '에이플러스비'가 지난 2018년 3월 패션 애플리케이션 업체 '스타일쉐어'에 매각됐다. 에이플러스비는 2013년 GS홈쇼핑이 69억원을 투자한 대표 스타트업 중 하나다. 지분 매각 당시 GS홈쇼핑은 130억원대 매각 차익을 남겼고 이는 대표적인 벤처투자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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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스타트업 지원사업 현황. 2020.06.17 hj0308@newspim.com |
◆롯데·GS홈쇼핑 벤처 투자 '큰 손'...신동빈 회장 사재 출연키도
굵직한 국내 유통 기업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자본과 노하우를 지원받고 대기업은 이를 신사업과 연계하거나 사회공헌 사업으로 이미지를 제고할 수도 있어서다.
주류 업체인 하이트진로가 스포츠 게임사를 지원한다거나 롯데그룹이 기저귀를 만드는 벤처업체에 투자를 하는 식이다.
스타트업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지난 2016년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창업보육기관인 '롯데엑셀러레이터'를 설립하고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해 왔다.
특히 신 회장은 법인 설립 자본금 150억원 중 50억원을 사재 출연했을 정도로 롯데엑셀러레이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초기 벤처회사를 선발해 2000만~5000만원의 창업지원금과 자문을 제공하는 제도인 '엘캠프(L-Camp)'를 통해 지원한 스타트업만 100여곳에 달한다. 단순한 지원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롯데 계열사들과 실질적인 사업 연계도 이뤄진다.
실제 엘캠프 1~4기 스타트업 61개사의 기업가치는 약 3.4배 성장했고 절반 이상은 후속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올해는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들도 대거 몰렸다. 마감 할인하는 식음료를 판매,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라스트오더', 24시 즉시 배달 온라인 편의점 '나우픽'은 엘캠프 지원을 받는 동안 각 20억원, 6억원의 후속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벤처투자 큰 손으로 떠오른 GS홈쇼핑은 지금까지 600여곳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해 왔다. 누적 투자금액만 약 3600억원에 달한다.
직접 투자에서 머물지 않고 스타트업 상품을 GS홈쇼핑에서 판매한다거나 유용한 벤처 기술은 회사에 적용시켰다. 예컨대 반려동물 관리 로봇 '바램시스템'에 투자한 GS홈쇼핑은 이 회사의 로봇 출시를 계기로 별도 반려동물 쇼핑 코너를 만들었고 온라인몰 GS샵에는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 패턴을 파악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벤처사와 협력해 적용했다.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법인형 엔젤투자자로 선정된 하이트진로의 경우 최근 스타트업 투자 확대에 나섰다. 지난 5월 반조리 가정간편식을 판매하는 '아빠컴퍼니' 지분 투자에 이어 리빙테크기업 '이디연'과 스포츠 퀴즈 게임 회사 '데브헤드'를 투자처로 선정하고 이달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업체 이외에도 CJ그룹의 '오벤터스', KT&G '상상 스타트업 캠프', 아모레퍼시픽 사내 멘처 '린 스타트업' 등 벤처 투자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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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램시스템 '앱봇라일리'[사진=GS홈쇼핑] |
◆벤처 투자 아직 걸음마 단계..."장기적 시각 필요해"
국내 굴지의 업체들이 스타트업 지원에 앞장서는 까닭은 당장 투자 수익을 거두기 보단 기존 사업과 연계한다거나 신사업으로 확장을 염두하고 있어서다.
대규모 조직인 기업에 비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에는 소규모인 스타트업의 실행력과 창의력이 앞서기 때문이다.
실제 GS홈쇼핑이 지분 투자한 관계 기업 중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곳은 지난해 기준 서너 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디자인 상품 쇼핑몰인 '텐바이텐'의 경우 작년 3년만에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정도다.
텐바이텐은 2013년 GS홈쇼핑이 지분 79.99%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스타트업으로 작년 당기순이익 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내수 침체와 소비 문화 변화로 국내 유통업체들의 성장이 정체된 만큼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것도 투자를 늘리는 이유다. 유통업계에도 IT기술 접목이 늘고 있어 해당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벤처 투자는 단순 투자 목적보단 사회공헌과 연계한 활동이나 신사업으로 확장 가능성을 염두해 진행하고 있다"면서 "단기적 성과를 거두긴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