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위기 아동 문제, 엄마 같은 마음으로 챙겨달라"
[서울=뉴스핌] 허고운 기자 =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인데, 앞으로 샤넬 옷 같은 좋은 옷을 만들어서 대통령 할아버지께 드리고 아줌마들한테도 공짜로 드리겠다."
지난 24일 박경미 청와대 교육비서관, 김유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만난 창녕 아동학대 피해 어린이는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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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청와대]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박 비서관과 김 비서관이 전날 경상남도의 한 아동 복지전문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창녕 아동학대 피해 어린이와 또 다른 어린이를 방문해 위로한 사실을 알렸다.
이번 방문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아이를 만나서 보듬어 주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박 비서관과 김 비서관은 "대통령께서 보듬어 주라고 하셔서 아줌마들이 왔어요"라고 인사를 건네면서 준비해 간 펭수 인형과 동화책 '빨간머리 앤', 덴탈마스크, 영양제를 선물했다.
두 어린이는 대통령이 자신을 위해 두 비서관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기뻐하며 면담 내내 시종 발랄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구출 당시 25kg에 불과했던 창녕 어린이의 몸무게가 30kg 중반대로 늘어나는 등 어린이들은 조금씩 마음과 몸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모습이었다.
다만 쇠사슬에 매어 생긴 목의 상처, 뜨거운 프라이팬에 데어서 생긴 손의 상처, 온 몸의 피멍 같은 외상은 여전히 남아 있어 두 비서관은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비서관들은 "아프게 해서 미안해. 잘 이겨나가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우리가 많이 도울게"라고 위로와 격려를 보냈다.
어린이들은 즉석에서 각각 '대통령 할아버지 할머니께'라는 제목을 달아 편지도 썼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께 감사의 인사와 함께 '차 조심하셔야 돼요'라는 어린이다운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전국 2만5000명의 고위험 아동에 대한 경찰 신고 및 복지서비스 지원 계획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위기 아동을 위한 대책은 그간에도 많이 마련됐지만 문제는 잘 작동이 안 됐다"며 "행정사무를 다루듯이 하지 말고 전체 프로세스를 엄마 같은 마음으로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강 대변인은 "정부는 아동학대와 관련한 합동 대책을 7월 중순까지 만들 계획"이라며 "한 아이라도 고통으로부터 구하고자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감안해서 현장에서 촘촘하게 작동할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heog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