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된 공청회…질의응답 단 10분
참석 시민들 질문도 못해…추미애 당위성만 강조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오는 7월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국민을 대상으로 향후 설립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지만 참석한 시민들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형식적인 절차만 진행하고 마쳤다.
국무총리 산하 공수처 설립준비단은 25일 오후 2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선진 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 방향'이라는 주제로 대국민 공청회를 열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0.06.25 yooksa@newspim.com |
이날 공청회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의 축사를 시작으로 오후 3시까지 김영중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의 발제가 진행됐다.
이후 오후 3시20분부터 5시까지 약 1시간 40분 가량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질문을 받고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준비단은 대부분의 시간을 미리 지정된 전문가들의 소감을 듣고 의견을 듣는 데 할애했다.
지정 전문가들과 발제자 간의 질의응답도 미리 서면으로 정리된 책자의 내용 그대로 이뤄졌다. 지정 전문가들이 밝힌 의견이나 질문에 대해서도 '제안해 주신 내용에 동의한다', '공수처 설립에 참고할 만하다' 등 형식적인 답변에 그쳤을 뿐 더 진전된 토론으로 나가지 못했다.
공수처 출범과 관련해 지속되고 있는 논란인 '공수처 위헌' 소지 문제에 대해선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당초 설립준비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수처 설립 방향에 대한 대국민 공청회를 알리며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는 조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비롯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대국민 공청회에 '국민'은 없었다.
설립준비단은 정해진 공청회 프로그램 절차를 모두 마치고 약 10분간 국민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를 직접 찾은 시민들에게는 질문의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준비단은 온라인에 문자 형식으로 올라온 질문들 중 2개를 선택적으로 수용했다. 채택된 질문의 내용은 '공수처법을 고쳐서라도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공수처 인재 채용 시기는 언제인가' 등이었다.
한편 이날 축사에 나선 추 장관은 "그간 검찰은 코드 수사, 봐주기 수사, 또는 스스로 정치를 하는 듯 왜곡된 수사를 보여 왔다"며 "검찰 스스로 올바르고 공정한 검찰권을 행사한 적이 있느냐"고 날 선 비판을 던졌다.
이어 "공수처법을 통해 공수처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만이 우리 사회 개혁의 신호탄이 될 수 있고, 국민들도 이를 염원하고 있다"며 공수처 설립의 당위성만 강조한 채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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